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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위험직무 순직 인정"..107일 만에 이뤄진 소원(종합)

최훈길 기자I 2017.11.08 19:47:01

불법조업 단속하다 숨진 김원 해수부 주무관
위험직무 순직 판정, 어업감독공무원 중 최초
동료들 지원, 김정숙 여사에 탄원서 보내기도
유가족 소원 이뤄져.."고생한 아들 명예 회복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불법조업 단속 근무 중에 폭발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20대 9급 공무원이 사고 107일 만에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감독공무원 고 김원(29·선박항해 직렬) 주무관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이 의결됐다고 8일 밝혔다. 어업감독공무원이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조업 단속정 폭발로 숨져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김원 주무관이 지난 7월25일 불법조업 단속 근무 중에 단속정 폭발로 숨졌다. [사진=MBC]
앞서 김 주무관은 7월25일 경남 통영에서 출동 중에 탔던 단속정(약 3t)이 폭발해 숨졌다. 당시 어업감독 공무원들이 욕지도 부근 해역, 항포구, 어선 등을 조사한 뒤 단속정의 시동을 켜자 엔진이 갑자기 폭발했다. 숨진 김 주무관은 올해 9급 공무원(국가직)으로 임용돼 어업감독공무원으로 불법어업 감시·감독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사고 이후 유가족들은 정부에 위험근무 순직,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청했다. 김 주무관의 부친인 김성식(62) 씨는 “국가를 위해 일하다 폭발 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해 이름이라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위험근무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순직 인정을 받은 뒤, 인사혁신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가 위험직무 순직을 승인해야 한다. 국민묘지에 안장되려면 보훈처의 보훈심사위원회,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위험직무순직, 국립묘지 안장을 인정받은 어업감독 공무원은 없는 상황이다. 임영훈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불법조업에 비무장 상태로 대응해야 해 위험이 큰데, 조직이 작고 여론의 관심도 적어 고생한 만큼 대우를 못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참조 이데일리 8월15일자 <일하다 숨진 9급 공무원 순직 불투명..속타는 유족>)

유가족과 동료들은 백방으로 뛰었다. 유가족은 해수부, 보훈처, 인사처, 공무원연금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김 주무관의 부친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어업감독 공무원이 홀대받는 실태를 담아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동료 어업감독 공무원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김 주무관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과 국립묘지 안장을 공개 건의하기도 했다. 해수부 김영춘 장관, 강준석 차관은 유가족을 만나 “순직 처리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참조 이데일리 8월30일자 <해수부, 오늘 대통령 업무보고.."숨진 9급 공무원 살펴달라"> 클릭, 9월25일자<[화통토크]④김영춘 "20대 9급 공무원 사망, 가슴 아파..연금법 개정 추진"> 클릭)

◇이달 국립묘지 안장 심의 기다리는 유가족

김원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주무관의 영결식이 7월28일 목포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엄수됐다.[사진=해양수산부]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 최재식)은 8월23일 “공무상 인과관계가 매우 높다”며 순직을 인정했다.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지난달 24일 김 주무관을 순직 공무원으로 의결, 국가유공자로 승인했다. 20대 9급 어업감독공무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 결정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7일 인사처(처장 김판석)는 위험직무 순직을 의결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심사까지 통과하면 유가족의 소원은 모두 이뤄진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김원 주무관의 가족분들께 이 소식이 다소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이후 김원 주무관의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 국가보훈처와 적극 협의하는 한편 항상 위험에 노출돼 일하는 어업감독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어업감독공무원이 위험직무 순직을 법적으로 보장받도록 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 주무관의 부친인 김성식 씨는 통화에서 “사고 이후 지난 107일간 힘들게 지내왔는데 김영춘 장관을 비롯해 애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들의 명예가 회복된 것 같다. 현재도 바다에서 힘들게 수고하시는 어업단 직원들에게 작은 힘이 된 것 같아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장의 공직자들은 국민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며 “국정을 이끌어가시는 분들은 현장에서 불합리한 게 있으면 이를 개선해 차별 없고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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