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쓴 예산 7조 돌파..기재·농림·국방부 '평균미달'

최훈길 기자I 2018.02.13 19:10:25

부처 28곳 중 23곳, 예산 집행률 100% 미만
예산 집행하라던 기재부는 최하위 집행률
청년실업에도 고용부 취업예산 60% 집행
가스·도로·철도 등 공공기관 9곳도 미달
"받고 안 쓰면 예산 깎는 페널티 부여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구윤철 예산실장 모습.[사진=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편성해 놓고도 집행하지 않은 예산이 지난해 7조원을 넘었다. 예산 집행을 강조했던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10곳 중 8곳꼴로 예산을 다 쓰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도로공사·철도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사업비 집행률도 타사보다 저조했다. 예산을 받아놓고 쓰지도 않는 부처에 대해선 관련 사업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처 28곳 중 23곳, 예산 집행률 100% 미만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입·세출 마감 결과, 예산 집행을 안 한 불용액(예산현액-총세출액-이월액)이 총 7조140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중앙부처는 주요 관리대상사업 예산으로 230조3000억원만 집행해, 3조5000억원의 예산이 남았다. 중앙부처 28곳 중 23곳(82.1%)이나 주요 관리대상사업에 대한 예산·기금 집행률에서 100%를 못 채웠다. 국토교통부, 법무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등 5개 부처만 100% 이상 집행률을 기록했다.

중앙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집행률이 74.8%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해양경찰청(83.2%), 농림축산식품부(88%), 해양수산부(91.9%), 국방부(92.6%), 농촌진흥청(93.8%), 고용노동부(96.7%), 문화체육관광부(96.9%), 환경부(97.9%), 산림청(98%)가 평균(98.5%) 미달이었다. 방위사업청은 90.4%로 2016년(94%)보다 집행률이 낮아졌다. 국방부·방위사업청의 미집행 예산만 1조7443억원에 달한다. 농림부는 2016년(85.8%)에 이어 80%대 집행률에 그쳤다.

부처별 주요 단위사업 집행실적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단위사업은 정부의 주요 관리대상사업 중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뜻한다. 지난해에는 516개 사업(중앙부처 446개, 공공기관 70개)이었다. 기재부의 경우 국유재산관리기금을 통한 청사 건립 예산의 집행률이 69.4%에 그쳤다. 해경은 해상안전활동 예산 집행률이 83.2%에 불과했다. 고용부는 ‘중소기업 청년 취업 인턴제’(60.6%), ‘고용유지지원금’(61%), ‘고용지원인프라운영’(74%) 예산 집행이 저조했다. 청년실업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받은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을 못한 셈이다.

◇공공기관 9곳도 미달..“예산 페널티 필요”

공공기관도 다르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주요 관리대상사업비 집행률은 93.4%로 중앙부처(98.5%)보다 낮았다. 이 같은 사업비 중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국가 예산도 투입된다. 28개 공공기관 중 9곳의 사업비 집행률이 100% 미달이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64.3%로 가장 낮았고,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농어촌공사 순이었다. 가스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은 2016년에 이어 작년에도 사업비 집행률 하위 10곳에 포함됐다.

앞서 재작년에도 중앙부처 33곳 중 27곳(82%)이 예산 집행률 100%를 못 채웠다. 농식품부의 예산 집행률이 85.8%로 중앙부처 중 가장 낮았다. 계획했던 예산(9조510억원) 중 집행된 예산이 7조7691억원에 그쳐 미달된 예산집행액이 1조2819억원에 달했다. 농진청, 국방부, 고용부, 문체부, 방사청은 예산집행률 하위 10위권에 포함됐다.

도로공사(72.6%), 철도시설공단(77.6%)의 예산 집행률은 70%대에 그쳐, 연초 계획보다 1조원 가량 사업 예산을 남겼다. 이들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상습적으로 예산 미집행률이 높은 셈이다. 반면 국토부, 부산항만공사 등은 재작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100% 이상 예산을 집행했다.

이들 기관들은 “안 쓴 게 아니라 못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SOC 관련 예산은 민원 등의 이유로, 무기계약 시점이 예산 계획과 달라지는 점 등이 있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불용률(2%)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등 개선을 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의 저조한 집행률은 매년 있어 왔다”며 “제도나 홍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용액이 많아질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예산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정부의 예산 미집행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받아놓고 쓰지 않으면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처가 집행률 평균 미달인 곳이다. 주요사업비는 ‘주요 관리대상사업’의 줄임말로 인건비, 기본경비, 보전지출, 내부거래를 제외한 주요사업비(예산+기금)을 뜻한다. 지난해 중앙부처 주요사업비는 281조7000억원이었다. 단위=%. [출처=기획재정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공기관이 집행률 평균 미달인 곳이다. 사업비에는 국가 예산이나 공공기관 자체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해 공공기관 주요 관리대상사업비는 44조7000억원이었다. 단위=%. [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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