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석달간 무제한 돈풀기…주단위 정례 RP매입 제도 도입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일정 금리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RP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26일 의결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시의적절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7월 이후에는 그동안의 입찰 결과 및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동시에 한은은 RP매매 ‘비은행’ 대상기관을 현행 5개사에서 11개를 추가해 총 16개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단기 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포함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유동성 부족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시켜 줄 것”으로 전망했다.
RP 매매 대상증권과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출해줄 때 제공하는 적격담보도 대폭 확대했다. 내달부터는 기존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외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채권은 물론 일반 은행채, 농업금융채, 공공기관(8개) 발행채권까지 한은에 담보를 맡기고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채권안정펀드(20조원)와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원) 조성에 국책은행, 시중은행, 제 2금융권 등이 출자하는데,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 물량이 일시에 쏟아지며 시장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조처로 풀이된다.
한국판 QE..금투업계 “이미 유동성 최대한 확보”
한은의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을 통해 시장이 필요한 만큼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사실상 양적완화(QE)와 유사하다. 더이상 금리정책 여력이 없는 제로금리하에서 실시하는 ‘선진국형 QE’와는 다르지만, 기간을 정해놓고 시장에 무제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이른바 ‘한국형 QE’로 볼 수 있다.
한국형 QE는 지난 2016년 조선·해운 구조조정 기금 마련을 위해 산금채와 수은채를 한은이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에서 제기했으나 갑론을박 끝에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0.75%로 사실상 더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인데다 더이상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만큼 한은 내부에서도 QE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무제한 RP 매입에 대해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적지않은 증권·운용사들이 기보유한 국채, 통안채, 기업어음 등 자산 대부분이 차입 등을 위한 담보로 맡겨져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사채 등을 담보로 한은이 RP 무제한 매입에 나선다고 해도 금융사가 맡길 만한 보유자산이 마땅치 않아 신규 유동성 확보가 될 지 여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조치를)QE라고 보긴 어렵고, 금융시장에 추가적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도”라며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되겠지만, 실물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최종대부자로서 직접 자금을 공급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 교수는 한 미디어웹진의 칼럼을 통해 “미국 연준처럼 대출 방식을 활용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라”로 촉구하기도 했다. 기업어음(CP)·회사채 직매입 또는 한은법 80조에 따른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 등 특정 기관에 대한 선별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해당 조항을 발동시킬 상황인지 여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출을 통한 직접 지원 방안을 시사했다. 정부보증채권에 대해서도 “회사채 등에 대해 정부보증이 가능하다면 한은 금통위가 매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용이하단 생각은 든다”며 국회로 공을 돌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