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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고액후원금, 건설업계 ‘쏠림’ 뚜렷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에 따라 공개한 ‘2018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내역을 보면, 기업인들의 이름이 여럿 눈에 띈다.
그 가운데도 단연 많은 건 건설업계 인사다.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이자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무소속인 문희상 국회의장에 500만원을 후원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인 1인당 의원 1명엔 최대 500만원, 연간으로는 총 2000만원 한도에서 후원할 수 있다. 이환근 대륭그룹 회장도 한국당 홍일표 의원, 의원직 상실 전의 이군현 의원,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에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군현 전 의원은 이관수 서용건설 회장에게서도 400만원을 후원 받았다.
고문철 양우건설 대표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에 500만원, 손천수 라온건설 회장은 같은 당 강창일 의원에 500만원을 각각 냈고, 이정익 서광종합개발 대표는 한국당 정우택 의원에 500만원을 후원했다. 부동산관리업 등을 하는 중견기업 타워피엠씨의 강병찬 대표는 여야를 넘어 민주당 전혜숙 의원, 한국당 민경욱 의원에 각각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는 민주당 이개호 의원,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에 500만원씩 보냈다.
금융업 쪽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대표는 지난 연말에 한국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나경원 의원에 일찌감치 200만원, 300만원씩 두 번에 나눠 500만원을 냈다. 김광일 대표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인 김관영 의원, 민주당 홍익표 의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후원했다. 김용우 더존비즈온(012510) 대표는 민주당 윤호중 의원과 한국당 김진태, 김태흠 의원에 각 500만원씩을 냈다.
코스닥협회 명예회장인 박경수 피에스케이(031980) 대표는 민주당 정세균·원혜영 의원에, 최동희 KTB투자증권 자문위원은 같은 당 정재호 의원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장이 구속상태인 한국당 최경환 의원에 500만원을 후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기업인의 공개적인 정치인 후원, 건전한 기부문화”
의류패션업계에선 지성한 한성실업 대표가 아들인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에,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각각 500만원을 냈다. ‘디스커버리’ 브랜드 등을 갖고 있는 에프앤에프의 김창수 대표는 민주당 송영길·박홍근·김두관 의원과 한국당 안상수 의원에 500만원씩 후원, 1년치 한도액 2000만원을 꽉 채우기도 했다. 제약업계에선 라정찬 네이처셀(007390) 대표가 한국당 이헌승 의원에, 남봉길 한국팜비오 대표가 민주당 의원에 5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허승범 삼일제약(000520) 대표는 400만원, 윤상현 한국콜마(161890) 대표는 500만원을 한국당 윤상현 의원에 기부했다.
최근 3년치 후원금 내역을 따라가보면 친분 깊은 의원에만 꾸준히 후원하는 이가 있다. 유명 미술학원인 ‘창조의 아침’ 박정원 원장이 고교 동문 인연으로 얽힌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에게 2016년에 480만원, 2017년 480만원, 2018년엔 320만원을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윤 현대해상(001450)화재보험 회장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한국당 정진석 의원에만 500만원을 후원했고, 고혁주 대아건설 대표도 2년에 걸쳐 윤상현 의원에만 고액후원금을 냈다.
앞서 봤듯 2~3명, 많게는 4명 의원을 동시 후원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후원 대상 의원이 조금씩 바뀌기는 한다. 예로 허승범 삼일제약(000520) 대표는 2016년엔 민주당 손혜원 의원에게만, 2017년엔 손 의원과 한국당 윤상현 의원, 2018년엔 윤 의원에게만 고액 후원금을 냈다.
유명가수 싸이의 부친으로 더 유명한 박원호 디아이(003160) 대표는 후원금 기부로 보면 여야 없는 ‘마당발’이다. 박원호 대표는 민주당 우상호·오제세 의원, 한국당 이종구·안상수 의원 등 여야 의원 2명씩 똑같이, 2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 균등하게 후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인의 이름을 내고 공개적으로 후원한다는 건 뒷거래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면서 “액수의 과소를 떠나 기업인이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후원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정경분리다. 건전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찬찬찬’이란 히트곡을 낸 가수 편승엽씨는 편정범이란 본명으로 민주당 최재성·박광온 의원에 500만원씩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