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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 첫날…스쿨존 ‘과속·불법 주정차’ 여전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청남도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당시 9세)군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 발의·본회의 통과를 거쳐 25일 시행됐다. 그러나 시행 첫날임에도 서울 시내 스쿨존에선 내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엔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도 발견됐다. 곳곳에 붙어 있는 ‘제한속도 30km/h’, ‘불법 주정차 금지’라는 안내가 무색할 정도였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일단 정차하는 차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쿨존 내 이 같은 행위는 기존 도로교통법으로도 처벌받는 행위지만, 운전자들은 스쿨존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법 시행에 따라 스쿨존 내에서의 처벌이 강화됐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신호등·가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과속을 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스쿨존 안에서 어린이에 상해를 가하거나 숨지게 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를 일으키면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학교 주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스쿨존 어린이 안전 강화라는 민식이법의 취지에 공감했다. 3세 딸을 키우는 이모(39)씨는 “딸과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스쿨존 규정을 지키지 않는 차량이 많아서 걱정인데, 민식이법 시행으로 아이가 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전시설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무인교통단속 장비 2087대, 신호등 2146개를 2022년까지 설치하고, 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인 ‘옐로 카펫’과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신호대기 중 자연스럽게 머물도록 유도하는 ‘노란발자국’ 등도 늘릴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이날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운전자·보호자·어린이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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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운전자에게 가혹해”
그러나 정부의 방침과 별개로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취지엔 공감하지만, 처벌이나 형량이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운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고로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를 입힐 땐 1년 이상~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3000만원 벌금이 운전자에게 부과된다.
이 때문에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해당 법 시행을 반대하면서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연이어 올라왔다. 지난 23일 올라온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엔 25일 오후 5시 기준 6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글은 민식이법을 두고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 “입법권 남용과 여론몰이가 불러온 엉터리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이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스쿨존 어린이 사고는 원래 12대 중과실에 속해 있었는데도 그동안 운전자들은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민식이법 시행으로 운전자들에게 스쿨존 안전운전 의무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쿨존 주정차 차량 단속도 함께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