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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 한은 적극 나서야” vs “정책 수단 없는 책무는 문제”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 한국은행-한국경제발전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는이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다”며 “기업, 가계, 금융기관 등 모든 경제 주체는 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는 “유럽 같은 경우 실물 경제 측면에서 기후 리스크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고, 고용 부분의 리스크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 당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적으로 키를 잡고 갈 수 있는 한은이 조금 더 적극적인 시장 조성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민상기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경제조정국장은 “탄소 중립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데 불확실성은 크고 비용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업들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는 비용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며 “신기후 질서가 강화되는 가운데 쫓아가지 못하면 산업에도, 금융시스템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국장은 정부의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낙오되지 않도록 중앙은행의 역할을 기대해본다고 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정책 수단과 기관의 적절성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탄소세가 있고, 이는 정부 재정정책의 영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이를 이용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유효한 정책 수단이 없는 책무까지 책임지려 할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성 저하와 함께 다양한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연했다.
◇산업 충격 최소화하고 기술 혁신 나서자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에서 다소 뒤처지면서 그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산업에 주는 부담을 고려해 관련 대응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럽 주요국에 비해 탄소 중립화 추진이 10년 이상 늦어진데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철, 반도체 등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 중립화의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후변화의 이전비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기후 테크(Climate Technologies)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이슬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탄소다배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 경제구조인 만큼 기후 테크를 통한 혁신이 시급하다”면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탄소가격제의 실효성 제고 △혁신자금 공급여건 확충 등을 통해 기후 테크의 ‘선두 개척자’로 도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후 테크가 특정 기업과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의 기후 테크 특허출원건수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9개로 미국(41개), 일본(33개)에 이어 세계 3위다. 다만, 이들 특허의 3분의 2 이상을 4개 기업이 보유하고 있으며,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 등 4개 기술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력 사업인 화학·정유·철강 등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같은 핵심 유망 기술에서는 특허실적이 부진하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행태변화와 기술혁신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면서 “행태 변화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친환경 물품이라는) 텀블러와 에코백이 (필요 이상으로) 여러개씩 있는 것만 봐도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기술 혁신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