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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야권이 박 대통령의 결단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총리 인선을 두고 향후 정치권의 지루한 ‘기 싸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보수층 재결집 등 반등의 기회를 엿볼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카드가 박 대통령의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靑 “총리 등 권한 다 행사”..野 결국 수용 관측
박 대통령의 이번 결단으로 그간 꽉 막혔던 최순실 정국의 물꼬를 어느 정도 트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야권이 영수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별도 특검 및 국정조사 △총리 지명 철회 △대통령의 2선 후퇴 및 국회추천 총리수용 등 3대 요구 사안 중 상당 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청와대가 12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정국수습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가운데,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이 잡힌 10일을 빼면 9일과 11일밖에 시간이 없다는 일종의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야권이 박 대통령의 결단을 결국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 내각 통할’의 의미와 관련, “총리가 각료에 대한 임명제청권 등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모두 행사하는 것”이라며 “야권이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제ㆍ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 ‘역대급’ 총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질적 내각 통할’이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이 책임총리제를 뛰어넘는 사실상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가깝다는 게 청와대의 항변인 셈이다.
야권 입장에선 ‘내치는 물론 외치에서도 손을 떼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2선 후퇴 주장이 헌법상 군 통수권을 사실상 총리에게 양도하라는 의미여서 향후 위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2선 후퇴라는 게 현행법상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업무 수행과정에서 총리가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이지 용어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한발 물러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야권의 입지를 그만큼 줄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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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대오를 만들고자 했던 야권의 큰 그림이 치명타를 받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공세에 치중하며 ‘단계적 퇴진’을 구상해왔던 야권에 향후 총리 추천을 위한 ‘기 싸움’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끔 박 대통령이 판을 흔들었다는 의미다. 국회의 총리 추천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만큼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꿰뚫은 한 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의 눈높이가 다른 현실을 감안하면 합의점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인데, 국회의 총리추천 작업이 장기화하는 등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역풍이 일 공산도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하더라도 김병준 후보자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이러려고 총리 지명권 가져갔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대권가도에 주판알을 튕기며 입맛에 맞는 후보를 추천할 경우 혼란 가중은 불가피하다. 야권에선 “우리는 이미 대통령이 던져놓은 함정에 빠져들었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한탄까지 들려올 정도로 혼돈에 빠진 양상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혼란이 지속한다면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은 현 상태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게 된다. 황교안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거나, 사실상 철회된 김병준 후보자 카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혼란을 틈탄 박 대통령은 차분히 외교·안보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보수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야권이 최순실 정국의 수습책 마련을 주도해 국민에게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