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대책반장’의 조언 "정공법만이 돌파구"

이준기 기자I 2013.02.25 17:00:11

재임 시절 풀지 못한 숙제 2가지..'우리금융 민영화, 정책금융 개편'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이제 무거운 짐을 여러분 앞에 남겨놓고 갑니다.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정공법’으로 해결해 주길 부탁 드립니다.”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간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서울 세종로 금융위 청사에서 김 위원장의 이임식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임기가 10개월 남아 있지만 이미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지난 주말 수리됐다.

김 위원장은 2008년 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야인생활을 하다, 2010년 말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그에게 닥친 첫 과제는 곪을 대로 곪은 저축은행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며 그 누구도 감히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던 난제 중 난제였다. 김 위원장의 선택은 역시 ‘정공법’이었다. 이후 1년6개월간 3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26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시련도 겪었다. 김 위원장은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FIU) 원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을 때 “마음이 무겁다”면서 괴로운 심정을 자주 표현했다. 김 원장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자 가장 기뻐한 사람 역시 김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책반장’이란 별명답게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가계부채 대책,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천하의 김 위원장도 재임 시절 풀지 못한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정부가 소유한 지 10년이 넘은 우리금융지주의 주인 찾기와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현재 정책금융기관들은 신성장 산업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 등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다”면서 “소관부처의 이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정책금융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도 ‘정공법’을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연착륙, 사회양극화 완화, 경제활력 회복,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어느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에게도 어려우면 어렵다고 솔직히 시인하는 ‘정공법’만이 현 상황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달 22일 남미로 부부동반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후엔 관심분야인 동아시아 고대사 연구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새 금융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당분간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끈다. 위원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각종 현안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로 박근혜 대통령은 조만간 새 금융위원장을 선임할 전망이다. 새 금융위원장에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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