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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적금 붓는 격"…미래기금 공청회서 쏟아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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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렬 기자I 2026.11.03 15: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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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 '미래기금법' 제정 공청회
재정규율·국회통제 도마…"적자 속 국채 발행"
野 "마통 뚫어 적금…세금 더 걷히는데 빚 늘려"
시도지사 "교부세 37조 증발"…교육감 "예산 7.4조 미편성"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신설하려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국회 공청회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나라살림이 적자인 상황에서 조달금리 4%대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고, 3%대 수익률의 기금 여유자금을 100조원 넘게 쌓아두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채무상환 우선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미래대응기금 반대 인쇄물 두고 설전 벌이는 재경위.(사진=이데일리DB)
미래대응기금 반대 인쇄물 두고 설전 벌이는 재경위.(사진=이데일리DB)
“마통 뚫어 적금 넣는 격”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를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해 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국채 상환에 순차적으로 쓰도록 규정한다”며 “호황기 세수를 나랏빚 줄이는 데 먼저 쓰는 것이 재정건전성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추가세수 162조 3000억원 중 104조 400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유보하면서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국채 이자율은 4% 이상인데 목표 기금 수익률이 3.85%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왜 빚을 갚지 않고 기금을 마련하려는지 의문”이라며 “관리재정수지(나라살림)가 적자인 상황에서 빚을 내 곳간을 채우면 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어날 뿐 국가의 순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정지표 개선이 실제 재정 여력이 나아진 ‘진짜 개선’인지, 돈을 기금으로 옮긴 데서 나온 ‘장부상 개선’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역마진 적립 모순을 추궁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 적금 계좌에 넣어 놓고는 우리 집 재산이 늘었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국가 빚을 늘리고 장부상 착시현상을 보이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도 “내년 106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그중 104조원이 적립되는 구조”라며 “4%가 넘는 조달금리로 빌려 적립해 놓고 3.85% 수익률을 내면 재정편익이 나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가 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통제권 무력화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법안은 내국세 예산액에서 최근 10년 추세치를 뺀 금액을 추가세수로 정의하고, 주요항목 지출 30% 이내 변경이나 일반회계 세입 보전용 전출을 국회 사전 의결 없이 허용했다.

송 교수는 “왜 ‘10년 추세’인지 별 설명이 없고 전망과 결산의 차이를 사후에 정산하는 규정도 없다”며 “일반회계에서 할 수 있는 현금 복지성 지출이나 계속사업을 기금에 편성한 것은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고, 세수 감소 국면에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일반회계로 돌아와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종욱·강민국 등 야당 의원들도 세입보전용 전출을 무제한 열어둬 추경 절차를 우회한다고 질타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서울교육청 등)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서울교육청 등)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원 깎인 지자체·교육청 반발도

재원이 깎인 지자체와 교육청도 반발했다.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내국세에서 기금 전출액을 제외하면 내년 지방교부세가 30조 5000억원 줄고, 지방계정 사업에 수반되는 추가 지방비 부담(6조 8000억원)까지 반영하면 지방정부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당초 예상(100조 2000억원)보다 37조 3000억원 줄어든 약 62조 9000억원에 그친다”며 현행 방식 유지나 시행 1년 유예를 요구했다.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도 “정부안대로면 내년에 약 7조 4000억원의 사업을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부금 증가 폭이 5%를 넘을 때만 초과분을 국가와 교육청이 나누는 ‘5% 완충장치’를 역제안했다.

반면 일시적 세수 호황이 단년도 지출로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찬성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기금 도입 시 기존 방식보다 연간 1조 2400억~1조 8000억원의 재정편익이 발생하고, 2029년 이후 발생할 구조적 적자의 일부를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도 “일시적 세수 호황을 단년도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의무지출 구조개혁과 다년도 전략투자로 연결하는 한국형 재정안정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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