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17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지난달 13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은 2차 공판으로, 이날 공판부터 증인 신문 등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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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공판에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출석한 데 이어 오후엔 정인양 입양과 사후 관리를 맡았던 홀트아동복지회(홀트) 사회복지사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홀트는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다만, 홀트 측은 이에 원칙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B씨는 지난해 2월 입양 당시만 해도 정인양이 건강했지만, 같은 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을 통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 가정 방문을 했을 땐 정인양 몸에 상처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정인이 허벅지 안쪽과 배 주위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도 상처가 보였다”며 “장씨에게 상처의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인양 몸에 있던 멍 자국의 사실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부모 측 변호인이 “평소 아이에게 몽고반점이 많았냐”고 B씨에게 묻자 검찰은 “멍과 몽고반점은 쉽게 구별할 수 있지 않느냐”며 B씨에게 재차 질문했다. B씨는 이에 “몸에 몽고반점은 많았지만, 멍과 몽고반점은 구분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다시 정인양 집을 방문했고, 이 당시에도 이마 부위의 상처를 발견했다. B씨는 “장씨가 ‘아이가 엎드려서 자다가 생긴 것이라 금방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며 “(정인이를 차 안에 방치했다는 신고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착잡해하며 억울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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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두 달 뒤인 9월엔 장씨로부터 정인양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씨가 ‘아이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듣는다.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며 “보통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들은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장씨는 달랐다)”고 울먹였다.
아울러 장씨가 병원 진료를 꺼린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B씨의 진술도 이어졌다. B씨는 “장씨는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에도) 입양가족 모임 등이 있다고 했다”며 “내가 느끼기엔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꺼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장씨는 ‘아이에 대한 애정에 변함이 없다’고 했었는데, 그날은 갑자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홀트 측은 이후에도 가정 방문을 요청했지만, 장씨와 연락이 잘 안 닿지 않으면서 양부인 안씨와 논의해 지난해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 방문하기로 했다. 정인양 모습을 실제로 볼 기회를 같은 해 7월 이후 약 석 달 만에 얻은 셈이다. 그러나 정인양은 가정 방문 이틀 전인 10월 13일 사망했다.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입양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정인양의 몸에서 상처를 수차례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지난해 7월 이후 등원하지 않던 정인양이 두 달 만에 등원할 당시 ‘기아처럼 몸이 마른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소아과 의사 신고에도 양부모와 분리 조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