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한국의 공직은 ‘폐쇄형 계급제’다. 5·7·9급 공개채용 시험에 합격한 순간 관은 평생직장이다. 밖으로 나가면 모든 걸 잃는다는 생각이 강하다. 민·관 이동의 벽이 높아서다. 한 경제부처 차관보급 관료는 “미국은 공무원 개인이 가진 정책 권한이 커서 공직에 있는 동안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으로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개인의 영향력이 매우 미미해 조직을 벗어나면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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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모든 부처 공무원이 장관을 보조하거나 보좌하게 돼 있고, 의사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내는 것도 장관만 가능하다”며 “이는 한국 공무원의 태도를 결정짓는 제도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7장 57조)’를 아예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틀어쥔 인사권은 이런 상명하복 문화를 더 굳게 한다. 현재 5급 이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장관 제청과 인사혁신처장 협의 등을 거쳐 대통령이 직접 임용한다.(국가공무원법 4장 32조)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부장은 “미국은 공무원 채용과 임용 권한이 대부분 각 부처에 있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권을 가지는 중앙집권화한 구조”라며 “대통령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개인이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적인 제도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각 제도가 가진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공무원 한 명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직무를 담당하므로 시야가 상대적으로 넓고 길 수 있다. 정책의 안정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공직사회의 잦은 물갈이는 뒤집어 말하면 정책의 부침이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