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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수익 개선돼야 안정 찾아
증권가 전문가들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에 뜻을 같이했다. 블룸버그와 신영증권에 따르면 이달 한달 간(10월 1~30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4.8%, 코스닥지수는 23.4% 폭락해 중국(-9.9%)은 물론 미국 나스닥(-12.4%)보다 낙폭이 컸다.
발제자로 나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를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으론 △인색한 배당 △지배구조 △특정업종으로의 이익쏠림 △한국 가계의 주식 외면 △높은 중국의존도 △미국과의 디커플링 등 총 6가지를 꼽았다.
특히 김 센터장은 세계 최하위권 수준인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당액 자체만 보면 올해 26조4000억원 정도로 사상 최대수준이지만 배당 성향은 반대로 하락해 18.5%에 불과하다”며 “보통 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30%는 배당하고 30%는 투자하고 나머지는 비축하는 게 바람직한데 우리 증시의 배당성향은 너무 낮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기준 배당수익률은 2.18%로, 러시아(6%), 싱가포르(4.70%), 중국(2.6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패널토론에선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지속가능한 배당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식시장이 방어력을 갖춰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중요한건 배당정책이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마인드 변화를 통해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이 지속적인 배당정책을 펼치는 과정을 보여줘야 글로벌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주가의 흔들림도 덜 할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의 투명성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업체와 관련한 회계 문제 등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면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믿을 수 없다며 단기적인 투자만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 투자자들의 불신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난해 9월 기업회계 관련한 법안(외부감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일부터 시행되는데 회계 투명성 부분에 대한 대내외적인 의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가 장기적으로 투자한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누리기위해선 주주 스스로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회에선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내 시장 투자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수철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국내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운용하기 위해 시장 비중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라며 “최근 시장이 안 좋아진데다 시장 영향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마찰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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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한국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통한 거래활성화 도모가 절실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거래세는 주식시장에서 투기적 거래를 억제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 0.3% 수수료는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양도소득세와 겹쳐 이중과세 문제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거래량이 꾸준하게 하향추세를 이어온 점을 감안할 때 시장유동성 개선 차원에서 거래세 인하나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선진국 증시 반열에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투자자들은 증시가 좋지 않을 때 개발도상국(신흥국) 증시를 우선적으로 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도국 증시에서 한국 증시 비중은 줄고 중국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한국은 지난 30년 간 개도국 증시에 속해 있었는데, 이제는 선진국 시장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2004~2007년에는 달러약세 현상에 해외부채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늘린 영향으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 되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선진국 시장에 오르지 못할 경우 지금과 같이 해외로 자금이 몰리거나 단기적 매매 차익을 노리는 펀드로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진영 NH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식시장에 들어온 자금 172조원 중에 최근 한달 동안 5조원 정도가 빠졌는데 이는 해외 대체투자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모펀드는 돈이 빠지고 있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매매차익을 노리는 펀드가 늘었고, 이쪽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저가매수, 단타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자본시장 현금 방향에 대해 가이던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부동산은 학습효과가 있으니까 자금이 흘러가는데, 돈이 가는 방향에 대해서 아무런 가이던스가 없다보니 한국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인색하다”면서 “한국 가계가 성장하면서 금융 자산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저평가 돼 있는 것은 국부의 손실로도 볼 수 있다”며 “국민의 많은 자산이 부동산을 떠나 금융시장으로 와야 하고, 그 돈이 고용과 생산으로 이어져야 자본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