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공직사회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부당한 지시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인사 시스템도 개방형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폐쇄형 계급제에서 개방형 직위 분류제로의 제도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공직사회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마다 추진한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에 더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수자원공사 팔을 비틀어 4대강 사업을 추진했지만,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며 “기관 간 행정 행위는 전화나 비공식 경로가 아닌 공식 문서에 의하도록 명확히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 부당한 압력을 받았을 때 대응할 구실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있는 제도조차 무시하는 상명하복 문화는 반드시 깨야 한다”면서 “이걸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창의와 혁신,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부장은 “공무원 재취업 제한은 퇴직 관료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회에 낙하산으로 가 실제 민·관 유착이 벌어진 사례 등으로만 국한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며 강화한 취업 제한의 사전 규제적 성격을 완화해 공무원의 퇴로를 열어주자는 이야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공무원법에 ‘직무상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에 거부해야 하고, 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포함한 것이다.
공직사회의 자발적 변화가 불가피하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누구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기 때문이다. 이른바 ‘학습효과’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인사행정학회장)는 “우리 사회는 상명하복이 명확하고 조직 전체가 몰려다니는 가족주의 문화여서 개인이 ‘노’라고 얘기하는 게 어려운 여건”이라면서도 “공직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이 잘못인지 학습하는 등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