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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매몰 30대 가장 “낮엔 직장, 밤엔 배달”…안타까운 마지막 길

채나연 기자I 2025.03.25 20:04:24

싱크홀 사고로 30대 배달 노동자 매몰
밤샘 수색 끝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
“일만 하던 성실한 친구” 동료·지인들 애도
경찰, 싱크홀 원인 조사 및 부검 검토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인해 배달 노동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3)씨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길동생태공원 삼거리 방향으로 이동 중이던 박씨는 갑자기 꺼진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싱크홀은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규모였다. 구조 당국은 밤샘 수색을 벌였고,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 싱크홀 하부, 지하철 9호선 공사장 터널 구간 부근에서 심정지 상태의 박씨를 발견했다. 박씨는 사고 당시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그대로 착용한 채였다.

2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씨는 생계를 위해 주간에는 광고업 프리랜서로 일하고, 야간에는 배달 노동을 병행해왔다. 그는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후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며 가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친구 김모(33)씨는 “일주일 내내 일만 하던 성실한 친구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씨의 직장 동료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씨는 “오후 5시에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전 2시까지 라이더 일을 한 뒤 다시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똑똑하고 열심히 일했던 친구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가족같이 여기던 사이였는데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의 빈소는 25일 서울 강동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앞서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왔던 유족들은 오후 2시쯤부터 장례식장 대기 공간에 머물며 빈소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싱크홀 발생은 노후 상수도관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싱크홀이 생긴 원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과정 등을 조사하고, 박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싱크홀 발생 원인을 조사한 뒤, 원인에 따라 관련된 자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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