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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양책 '역부족'…기업 몸사리자 성장도 멈췄다

김정남 기자I 2018.10.25 17:10:46

3분기 성장의 양과 질 모두 악화
설비·건설투자 동시에 '마이너스'
가계 구매력, 금융위기 후 첫 후퇴
내수의 성장 기여도, 6년來 최저
내년은 '2% 중반대' 더 둔화할듯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며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은 투자 부진의 골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동시에 큰 폭 마이너스(-)로 고꾸라진 것이다. 이 와중에 민간소비도 성장을 이끌만한 힘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투자 부진이 오롯이 성장을 갉아먹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성장률은 2% 중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분기 성장의 양과 질 모두 악화

3분기 경제 성적표는 한마디로 양과 질이 모두 악화됐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는 ‘투자 쇼크’가 있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4.7%, 전년 동기 대비 -7.7%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한 투자 흐름은 2013년 1분기(-12.3%) 이후 5년반 만에 가장 저조해졌다. 시장은 설비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점치긴 했지만, 실제 수치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등 기계류 투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첨병인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건설투자는 더 냉기류다. 전기 대비 증가율은 -6.4%에 그쳤다.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여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와 비교한 성장률은 -8.6%까지 내려앉았다. 1999년 1분기(-8.8%) 이후 가장 낮다.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침체해 있는 것이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 모두 줄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민간소비도 정부의 기대만큼 살아나지는 않고 있다. 3분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6%를 기록했다. 투자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이런 탓에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아우르는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까지 고꾸라졌다. 2012년 2분기(-1.4%포인트)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 -1.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악화하고 있다는 성장의 내용이 부정적”이라며 “회복 기대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와중에 우리 국민들의 구매력도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였다. 실질 GDI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GDI가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분기(-0.4%)와 4분기(-4.7%), 2009년 1분기(-2.5%)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추후 민간소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나마 경기를 떠받친 건 정부였다. 3분기 정부소비는 2분기와 비교해 1.6% 늘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한 증가율은 4.7%로 다른 부문들보다 높았다. 정부소비가 증가했다는 건 가계의 씀씀이를 더 많이 보조해줬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박형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정 투입만으로 둔화 흐름을 뒤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내년은 ‘2% 중반대’ 더 둔화할듯

관심이 모아지는 건 올해 전체 성장률이다. 최악의 경우 2% 중반 근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는 전기 대비 0.82% 이상 성장해야 한다. 정부가 대대적인 부양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추후 성장 흐름도 주목된다. 내년으로 갈수록 하방 리스크가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리스크가 한둘이 아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는데,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2% 중반대를 점치고 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2.7%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률을 2.6% 정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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