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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직들의 명예퇴직(명퇴)이 급증하고 있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0~2024년)간 전국 교장·교감 명예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전국적으로 164명에 그쳤던 교장 명퇴자는 2024년 543명으로 3.26배 증가했다. 교감 역시 같은 기간 1125명에서 2581명으로 2.3배 늘었다.
교장·교감을 합해 연도별 명퇴자(상반기 기준) 수는 △2020년 1289명 △2021년 1669명 △2022년 1534명 △2023년 1444명으로 꾸준히 1000명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3115명으로 급등했다. 이는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악성 민원에 대한 교장·교감 역할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의 한 중학교 A교장은 “교육부 지침상 학교 차원의 민원 대응팀을 운영토록 하면서 민원 대응도 교감·교장이 중심이 돼 처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직 교장·교감들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담임·보직을 기피하는 교사가 많아 업무분장 시 속을 태우는 사례가 많다. 경기도 고교의 B교장은 “교사들에게 담임이나 보직을 맡기려고 하면 서로 하지 않으려 하기에 힘이 든다”며 “교장이 학교의 인사권을 갖는다지만 교장 직권으로 억지로 일을 맡기면 갑질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교육부는 2023년 말 월 13만원인 담임교사 수당을 20만원으로, 월 7만원인 보직교사 수당은 월 15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뒤 작년부터 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수당 인상에도 담임·보직 업무는 여전히 교사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교장들은 업무분장 시기만 되면 교사들에게 읍소하는 게 일이 됐다. 인천의 초등학교 C교장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담임이나 보직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하는 게 교장의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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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감은 교장과 교사 사이에 끼어있는 위치라 이로 인한 고초도 있다. 위로는 교장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아래로는 교사들을 설득해야 해서다. 경기도 중학교 D교감은 “교장으로선 학교 발전을 위해 교육부 연구학교 등을 신청해보자고 하는데 교사들은 이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땐 교장 지시를 받아 교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요즘 주변에 명퇴를 생각하는 교감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런 이유로 교장·교감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교장·교감의 직급보조비를 각각 월 5만원씩 인상하자는 내용의 ‘2026년 교원 수당 조정 요구서’를 인사혁신처에 전달한 게 대표적이다. 교총의 요구가 수용되면 내년부터 교장 직급보조비는 월 45만원에서 50만원으로, 교감은 월 30만원에서 35만원을 인상된다.
조성철 교총 정책본부장은 “현재 교장·교감의 경우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적 요구로 책임만 가중될 뿐 적절한 보상이 미흡하다”며 “교장·교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권한 부여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총 회장 출신인 정성국 의원도 “학부모 민원, 늘봄학교 확대, 급식 파업, 노조의 압박 등 학교 관리직들의 책임·역할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학내 문제 해결과 갈등 조정을 위한 실질적 권한 부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