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국내 해운사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올해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먹구름이 언제쯤 물러갈지 해운업계의 고민이 많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국내 해운업체가 전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TX팬오션(028670)은 지난 21일 지난해 2146억원(K-IFRS 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5조4178억원, 순손실은 4669억원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는 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네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 매출액은 1조3900억원, 순손실은 15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적자에서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진해운(117930)은 지난해 1097억8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6379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보다 11.2% 증가한 10조5894억원을 기록해 국내 해운사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넘겼다.
현대상선(011200)은 지난해 영업손실(K-IFRS 개별기준)이 5197억7800만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커졌다. 매출액은 7조7138억원으로 7.3%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9989억3800만원으로 적자가 지속했다.
대한해운(005880)은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자본금 전액이 잠식했다고 공시한 상태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손실은 845억원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보다 벌크선 손실이 더 큰 것이 문제”라며 “올해 1분기도 중국 춘절과 전통적 비수기인 탓에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2분기부터는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해운업계의 적자 행진은 시황이 안 좋은 탓이 가장 크다.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고꾸라졌다. 2010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해운업계가 ‘반짝’ 회복할 기미를 보이자 해운업체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선박을 늘렸다. 유동성 과잉으로 세계경제에 형성됐던 거품이 유럽발 경제 위기로 잦아들면서 2010년 이후 해운업계는 또다시 어려워졌다. 발주한 선박이 많아지면서 이후 선박 공급 과잉까지 겹쳐 시황이 악화한 것이다.
이처럼 해운업계가 지난 몇 년 동안 불황을 겪자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등은 매물로까지 나왔다. 대한해운은 지난 14일 우선인수협상 대상자였던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투자계약 체결을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인수·합병(M&A) 협상을 종료했다.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우발 채무가 최대 수백억원대인 것이 문제가 됐다.
STX그룹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SC은행은 지난 설연휴 이후 인수 물망 후보자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하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 중이다. 현재 몇몇 업체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TX팬오션의 덩치 워낙 크고 부채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인수자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포스코(005490)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날 조회공시답변에서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매각이 흐지부지되다 산업은행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