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이승현 기자] 은행권이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채용 일정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하반기에는 일자리를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채용규모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채용 규모 확대가 은행의 비용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입행원 채용 시작한 은행들
우리은행은 오는 5월 중순부터 신입 행원 채용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디지털·정보기술(IT)·투자금융(IB)·자금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채용이다. 모집 인원은 대략 50명 안팎이다. 우리은행이 신입 행원을 수시로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10일부터 디지털·ICT 및 기업금융 분야에 대한 핀포인트 수시채용 신청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도 상반기 250명의 신입 은행원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평년보다 2개월가량 늦어졌다. 기업은행은 채용 예정 인원의 50배수에 해당하는 1만2500여명에게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줄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채용일정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2월 필기발표까지 했으나 코로나 터지며 일정이 멈췄다. 은행권은 아니지만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오는 25일과 26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0개 지역에서 설계사 자격시험을 재개한다. 필기시험 장소는 운동장이다. 보험업계에선 두달 간 시험이 중단돼 약 2만5000여명이 응시 대기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자리 급감에 위기감..은행권 서둘러 채용 재개
은행권은 대규모로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공채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때로는 1만명이 넘는 인원이 필기시험에 몰리기도 한다. 채용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공정성 확보를 위해 2018년부터 필기시험이 사실상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채용절차 자체가 중단됐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경제가 위축된 상태에서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일자리가 급감하자 위기감이 더 커졌다. 코로나 환자가 안정권에 들어서면서 일단 중단된 채용절차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실외활동과 필수적인 자격시험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편의를 높이겠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채용절차를 재개한 배경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면서도 코로나19로 침체한 은행권 취업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상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채용 커질 듯
은행권에서는 하반기로 들어서면 채용규모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포함해 상반기 신입 공채가 없었던 은행권 역시 대규모 공채를 계획하고 있어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함께 이겨내야 한다”며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은행권으로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고 핀테크와 경쟁이 치열해지며 인력 수요는 줄며 매년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한 사람당 수억원의 퇴직비용을 지급하는 실정이다. 점포 수도 내리막이다. 작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국내 점포수는 약 3500여개인데, 5년 전과 비교하면 10%가량 줄었다.
그렇지만 정부의 일자리 확대 요구를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금융권 규제를 확 풀어주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달라는 일종의 메시지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은행권에서는 최소 작년 채용수준만큼은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금융시대에 신입행원 채용은 부담인 게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고려해야할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