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 산업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은 7일 ‘구미(유럽과 미국)의 미래차 주도권 확보 경쟁 가속화와 시사점’(윤자영·이항구)이란 산업경제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업체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고 수소차 조기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 고급차 시장 초기 진입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수소차 수요도 2030년 전 세계 신차 판매의 2%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점에서 자율주행화와 PHEV, EV 양산에 전략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대형 차종 이름이던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바꾸고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또 정부와 함께 2030년까지 수소차 총 180만대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장기 계획과 별개로 당장 주요 자동차 선진국의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부문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포트는 “이미 글로벌 경쟁기업은 2022년까지 10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빨라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포트는 당분간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한 현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9750만대로 전년대비 1% 증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올해는 아예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완성차 생산이 지난해 403만대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400만대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리포트는 “미·중 통상마찰과 브렉시트, 주요국 환경규제 등이 자동차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완성차업체가 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부품 협력사 어려움도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자동차 부품사의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지난해 12월 자동차부품산업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완성차 업체의 원가 절감 요구에 맞추느라 자체 혁신에는 소홀했던 부품사가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산업연구원은 우려했다.
보고서는 “전기동력·자율주행화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며 “어도 2025년이면 이 변화에 역행하는 기업이 도태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세계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다시 선진국을 추격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산·학·연이 스스로 변신하고 정부도 미래차 전략과 정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