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망’ 공동 건설 첫 추진…“신재생 속도” Vs “민영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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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1.06 11:22:43

한전, 민간 발전사와 SPC 만들어 해상풍력망 건설 추진
난개발 비효율 개선해 속도↑, 신안·서남권부터 첫 적용
민간 발전사 “수익 불투명, 100% 민간 SPC도 허용해야”
법 개정 필수, 건설비·SPC 구성·망 민영화 우려 풀어야

[광주=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전이 해상풍력 전력망 구축의 비효율과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전과 민간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망 건설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양측이 각자 전력망을 구축하면서 난개발과 주민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공동 건설로 속도감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건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전력망 민영화 우려도 있어 법 개정 과정에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전은 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5) ‘한국-덴마크 해상풍력 전력계통연계 기술·정책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해상풍력 가속화 및 효율적 연계 방안을 공개했다. 이성규 한전 계통기술실장은 “법 개정을 통해 해상풍력 관련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자’(SPC)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해상풍력 확산·보급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는 해상풍력단지의 외부망이 모이는 전력 설비(집합모선)부터 육지의 한전 변전소까지 전력망 전체 구간을 뜻한다. 현행법상 공동접속설비는 한전 또는 필요 시 민간 발전사도 직접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신안군(전남) 해상풍력 발전단지, 서남권(전북)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공동접속설비를 단독 추진 중이다. 민간 발전사는 신안, 진도, 여수, 울산 등에서 별도 구축을 준비 중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2035년까지 총 8.2GW 규모의 세계 최대 전남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이데일리DB)
그러나 한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커지면서 한전이 모든 전력망 건설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 통제와 인력 제약으로 주민 보상 등 민원 대응도 쉽지 않아, 해상풍력 건설 사업 지연과 효율 저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민간 발전사들도 공동접속설비를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과 조율 부재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사업자가 갑질을 너무 많이 한다”, “사업자 간 의견 통일이 안 된다”는 등 사업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업 주체별 분리 추진으로 과열 경쟁·비효율·난개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자’(SPC)를 도입해 한전과 민간 발전사가 공동접속설비를 함께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현성 한전 계통기술실 차장은 “새정부의 속도감 있는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공동접속설비 건설의 새로운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사업자별 각자 전력망을 구축하는 개별 접속 방식으로 난개발과 주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때문에 한전은 민간 기업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공동접속 방식으로 망 건설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한전)
개별 접속과 공동 접속을 비교한 그림. (사진=한전)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는 해상풍력단지의 외부망이 모이는 전력 설비(집합모선)부터 육지의 한전 변전소까지의 전력망 전체 구간을 뜻한다. (사진=한전)
한전 계획에 따르면 우선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을 개정해 SPC를 설립한다. SPC 지분에는 한전이 최대주주로 29%, 발전사가 71%로 참여한다. 건설비는 민간 발전사가 부담한다. 공동접속설비를 건설한 뒤 한전에 설비를 이관하고 SPC는 청산하게 된다. 이성규 실장은 “집적화 단지로 지정된 신안군 해상풍력 발전단지,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공동접속설비 건설부터 민간과 함께하는 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방식은 영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영국은 2030년에 해상풍력 50GW 수용을 위한 해상·육상 통합 전력망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에는 프로젝트별로 제각각 망 접속을 추진했으나 비효율, 잡음이 컸다. 이에 통합 전력망 계획을 세우고 해상풍력 인근 단지를 통합해 공동접속 형태로 망 건설을 하기로 했다. 또한 민간이 전력망 건설과 운영까지 담당하도록 허용했다. 정현성 차장은 “망 최적화, 경제성, 환경성까지 다양한 편익이 기대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

한전이 공개한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자’(SPC) 추진 계획. (자료=한전)
그러나 영국을 벤치마킹한 한전의 계획에 대한 우려, 이견도 제기된다. 우선 사업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정현성 차장은 “SPC 설립 이후 공공기관 입찰보다 자재비 비용 부담이 커져 공사비가 오를 수 있고, 주민 민원에 대응하는 보상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적기에 건설해 비용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PC 지분 구조를 놓고 한전과 민간 발전사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민간 발전사 측은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자’(SPC) 제도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민간의 참여, 개방 수준을 더 높이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정우 COP코리아(코펜하겐 오프쇼어 파트너스) 상무는 “현 구조를 보면 민간이 SPC 투자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불분명해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홍 상무는 “한전의 SPC 참여가 강제화되거나 규격화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SPC의 한전 지분이 29%로 규정돼 있는데 민간 발전사가 SPC에 100% 지분 참여하는 방안도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COP코리아는 덴마크 그린에너지 투자개발사인 CIP(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의 한국 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사다.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자’(SPC) 도입 전후를 비교한 표. (자료=한전)
반면 한전은 SPC 최대주주로 한전이 참여하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망 건설에 대한 민간 개방 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력망 민영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관련 SPC에만 민간 개방 수준을 높이면 다른 전력망에 참여한 민간 기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봤다.

이성규 실장은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영화 이슈를 피하는 쪽으로 SPC 안을 만든 것”이라며 “이 방식에 다른 내용을 담으면 다른 송전선로와의 형평성 이슈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건설뿐만아니라 운영까지 민간 기업이 맡는 영국 사례를 검토했으나 정부는 “민영화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반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법 개정, 정책 확정 과정에서 SPC 지분 구성이나 민간 참여 방식을 놓고 ‘불씨’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전력망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한전의 역할 강화와 제도적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규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조교수는 “해상풍력 계통 연계 문제를 놓고 한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면서 많은 어려움도 겪을 수 있다”며 “덴마크의 해상풍력 확대 선진 사례, 대만이 겪고 있는 계통 문제를 참조해 정부와 함께 기술·정책적 문제를 수월하게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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