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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혼란 속 두번째 민주정부 탄생…'크리켓 영웅' 임란칸 당선

정다슬 기자I 2018.07.26 16:18:41

파키스탄 총선 47% 개표 결과 제2야당 PTI 크게 앞서
파키스탄 전역서 폭력사태로 31명 숨져…임란 칸 군부 지원 의혹도

△25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임란 칸이 이끄는 파키스탄정의당(PTI)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파키스탄 차기 총리로 크리켓 국민 영웅 선수 출신인 임란 칸(66) 취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파키스탄 사상 민간정부가 임기를 만료하고 군부의 쿠데타 등 개입 없이 치르는 두 번째 선거이다. 그러나 선거 당일 투표소를 노린 자살 폭탄 테러로 31명이 숨지고 야당들은 선거 조작을 주장하는 등 정권 이양 과정은 혼란으로 얼룩졌다.

26일 더가디언에 따르면 임란 칸이 이끄는 파키스탄정의당(PTI)는 여당인 파키스탄무실림당(PML-N) 등을 100석 가까이 앞서고 있다. 개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연방 하원 342석 중 여성·소수종교 할당석을 제외한 272석 중 PTI는 약 107석에서 12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언론인 데일리타임스는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PTI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등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파와드 차우드리 PTI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파키스탄의 새로운 총리 임란 칸’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PTI가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해 정국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소수야당과의 연정이 필요하다.

파키스탄은 독립 이후 71년 동안 쿠데타로 인한 국부 독재가 단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총선은 민주정부가 5년 동안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군부의 개입 없이 두번째 정권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파키스탄 민주주의 역사상 의미가 깊다.

그러나 투표일인 25일 투표소를 노린 자살 테러 등으로 31명이 숨지고 투표가 끝난 지 24시간이 지났지만 개표가 34%만 진행되는 등 폭력사태와 조작의혹이 번지고 있다. 부패 척결과 보건·교육 등 공공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임란 칸 총재는 군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버 야쿠브 선거관리위원장은 개표 지연에 대해 “지연은 개표 전송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에 야기됐다”며 “음모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투표를 조작하려는 ‘명백한’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PML-N은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권 창출 후에도 상당기간 혼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집권이 유력시되는 칸 대표에게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정치 혼란 수습과 경제 회복이다. 파키스탄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경제 위기에 놓여있다.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이후 20%이상 하락한 상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부정적인 야당이 우승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1952년 펀자브 주 주도 라호르 태생인 칸은 13세 때 크리켓을 시작해 76년 파키스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92년 대표팀 주장으로서 크리켓 월드컵 우승을 일궈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파키스탄의 우승은 이때가 유일하다. 칸은 은퇴 후 자선 활동을 하다 96년 PTI를 창당했다. 2002년 첫 의원 배지를 달았고 2008년 총선 땐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독재에 항의해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2013년 총선에서 칸이 이끄는 PTI는 35석을 얻어 제2야당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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