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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A를 통한 회생을 시도해 온 신텍은 이날 회생 사건을 심리하는 창원지법에 인수합병 절차 중단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부산고법이 회사의 회생개시 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려서다.
회생 중단 이유는 개인 채권자 이모씨의 불복 소송 때문이다. 신텍 채권자 이모씨는 창원지법에서 회사의 회생개시 결정이 나오자 “회사가 고의 부도를 내려고 한다”는 취지로 부산고법에 불복 소송을 냈다. 부산고법은 이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회사의 회생신청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신텍은 형식적인 의사회 의결을 거쳐 회생을 신청한 것이 드러났다”며 “이씨 주장대로 회생 신청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돼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4일까지 신텍이 불복하지 않으면 회사의 회생 사건은 폐지(각하)된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항고장을 내려면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결정이 공고가 나간 이후 14일 안에 해야 한다. 이날까지 신텍은 부산고법 결정에 불복할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로써 회사 회생 절차는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일과 다음 달 10일 예정된 집회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수포로 돌아가게 돼 타격이 크다.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법원에 접수된 서류 전부와 당사자에게 보낸 문서도 모두 무효가 된다. 다시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필요한 문서를 새로 접수 및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사위원의 회사 조사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회생이 불투명해진 데에는 회사 책임이 크다. 회생을 신청하기 전에 거쳐야 할 이사회 결의를 미숙하게 진행해 스스로 빌미를 제공했다. 창원지법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1심의 회생개시 결정이 2심에서 취소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며 “2심에서 드러난 절차적인 하자는 사소한 것인데, 1심이 짚어내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텍의 회생개시 결정이 취소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채권자 아주저축은행이 회사의 회생을 다시 신청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는 회사를 대신해 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앞서 회생사건이 폐지돼도, 아주저축은행이 낸 회생사건으로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신텍은 2001년 설립한 산업용 보일러와 열교환기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2008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2012년 6월 당시 한솔제지(213500)(현 한솔홀딩스)에 인수됐다가 지난 4월 되팔렸다. 한솔홀딩스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 조동길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8.93%)이고, 큰딸 이인희 고문이 2대(5.54%) 주주다. 회사는 범 삼성가 명패를 뗀 지 두 달 만인 지난 6월 회생을 신청했다. 어음 112억원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