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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천안지청의 것이다.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던 피의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해 보행 중이던 피해자를 충격,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현장을 이탈한 특가법 위반(도주치상) 사건이었다. 피해자가 사고 직후 피의자에게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알리며 구호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피의자가 이를 뿌리치고 달아난 탓에, 피해자의 감정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다.
천안지청 김바올·김영돈·이원옥 조정위원은 조정 준비 단계부터 전 과정을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며 피해자가 출석 날짜를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찰 수사 당시 동석했던 수어통역사의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 조정 절차에 동석하도록 사전 조치한 것도 이 사례의 핵심이다. 당사자들이 마주칠 경우 감정이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분리 조정도 병행했다.
조정 과정에서 위원들은 수어통역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범죄사실과 형사조정제도의 의미, 형사사건의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했다.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을 예상해 마지막 순번으로 진행했으며, 피해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법률적 설명으로 합의 조건을 조율했다. 결국 합의금 1000만원을 3개월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성립됐다. 조정위원회는 기일 이후에도 수어통역 중계실을 통해 피해자와 수시로 연락하며 합의금 전액이 실제로 지급되는지 끝까지 확인했다. 조정 성립일은 지난 3월 5일이며, 같은 달 30일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부산지검 한은영·최인영 조정위원은 외국인 피해자 다수가 관련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서 실질적 피해 회복을 이끌어낸 사례로 선정됐다. 원청업체 대표 A씨와 건설업 면허 없이 상시 근로자 30명을 사용한 수급인 시공업체 대표 B씨가 피의자로, 외국인 피해자 21명에게 총 4493만2000원의 임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사건이다.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서울·경기 거주자인 데다 피해자 21명 전원이 외국인이어서 당사자들의 합의 조건 정리가 쉽지 않았다. 조정위원회는 1차 전화 조정으로 피해자 대리인 겸 통역인과 피의자 측 주장을 각각 청취하고, 이미 간이대지급금을 받은 피해자 6명에게서는 처벌불원서를, 다른 5명에게서는 체불금품확인서를 별도로 제출받아 2차 조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차 조정에서 피의자 B는 원청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지급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고, 피의자 C씨는 이미 임금을 모두 지급했으나 원만한 합의를 원한다는 입장이었다. 위원회는 피의자 D씨의 시계를 훔쳐 베트남으로 출국한 피해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에 대해 설날 이전까지 합의금을 전액 지급하는 조건으로 양측 합의를 이끌어냈다. 피해자 대리인 통역인으로부터 각 피해자의 통장 사본을 모두 제출받아 실제 입금 여부까지 확인했다. 2월 12일 조정이 성립됐고, 3월 23일 공소권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서부지검 김창모·윤용현·전창완 조정위원이 다룬 사례는 1억원이 넘는 고액 임금체불 사건이다. 출판회사 대표인 피의자가 동명이인인 피해자 2명의 임금·연말정산 환급금·퇴직금 합계 1억29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사건으로, 고액인 데다 동명이인 피해자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형사조정준비절차를 거쳤다.
서부지검은 체불임금사건 공증 시범 실시청으로, 고액 사건 또는 쟁점이 복잡한 사건에 대해 사전 전화 상담을 통해 적합한 위원을 선정하는 준비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당초 공증을 희망하지 않았지만, 조정위원회는 피의자가 경영 악화로 집과 차량까지 매도하면서도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된 사정, 미지급 금액의 규모 등을 충분히 설명하며 공증제도 이용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마음을 열고 분할납부를 약속받는 조건으로 공증에 동의했으며, 위원들은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 작성이 이루어지도록 공증 당일까지 세세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조정 성립 후 피의자로부터 “큰 위로와 힘을 얻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도 받았다. 조정 성립일은 3월 16일, 사건처분은 3월 27일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해남지청 정길채·박이수 조정위원은 도서 지역 출장 조정으로 마을 공동체 회복에 기여한 사례를 올렸다. 담장 축조 문제로 시비가 붙은 마을 주민 사이의 폭행 사건으로, 피의자가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를 밀치고 멱살을 잡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피해자는 마을 이장으로, 피의자와는 마을 일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충돌해온 터였다.
당사자들은 형사조정실에 출석한 상황에서도 합의를 거부하며 말다툼을 이어갔다. 조정위원들은 당사자를 분리해 조정을 진행했다. 피해자 측은 “마을 일에 이유 없이 간섭하지 않고 협조하겠다”는 피의자의 이행각서를 요구했으나, 위원들은 각서 대신 조건 없는 합의를 권유했다. 피의자는 처음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같은 마을에서 형님·동생 하는 사이에 원만히 지내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장시간 설득한 끝에 조건 없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두 위원은 진도 현지까지 직접 출장을 나가 당사자들의 갈등 상황을 세심히 파악하고, 상호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위원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3월 20일 조정이 성립됐고, 3월 30일 공소권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