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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전 원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채 전 총장 혼외자 관련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첩보 수집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3년 6월 서천호 당시 2차장에게 다른 보고가 끝난 후 ‘채 전 총장 혼외자 첩보가 있다. 확인해볼까요?’는 구두보고를 받았다”며 “생리적으로 정보기관의 뒷조사에 거부감이 있어 ‘무슨 소리냐’고 역정을 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전 차장에게 ‘남자들 벨트 아래 문제는 들춰내서 입에 올리는 것이 아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남재준 “첩보 생성은 부서장 책임‥국정원장 일일이 지시 안해”
남 전 원장은 “채 전 총장이 청와대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을 마치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던 분이라 그걸 뒤집을 필요가 없었다. 아울러 저 역시 손자가 있는 입장에서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에게 책임지게 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과정에서 개인사까지 언급했다. 남 전 원장은 “제 형님이 국가안전기획부의 악의적 왜곡보고로 40대부터 평생을 불우하게 지내셨고 저 또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악의적 보고로 군생활 중 10년간을 귀양살이를 했다”며 “정보기관 뒷조사에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 전 원장은 자신에 대한 보고 이후 채 전 총장에 대한 혼외자 의혹 정보가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에 대해서도 “첩보를 통한 정보 생성은 부서장의 책임”이라며 “국정원장이 첩보 하나하나에 대해 확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댓글수사를 총지휘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혼외자 첩보는 일반적인 다른 첩보와 다르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건 결과론적인 시각”이라며 “그 당시엔 (다른 첩보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서 전 차장에게 명시적인 첩보수집 중단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검찰 반박에 대해선 “명령조로 하지 말라는 지시를 안 한건 사실”이라면서도 “중지를 시키지 않았다고 결과론적으로 제 지시로 간주하는 건 ‘견강부회’”라고 강조했다.
남 전 원장은 첫 보고 이후 IO(정보담당관)가 추가 확인한 정보를 2차로 보고를 받았다는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채 전 총장 혼외자 관련 의혹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없다”며 “있다면 보고된 문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해 9월 초 한 일간지에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이 보도되기 1주일 전 국정원 내부에 관련 정보가 보고된 것에 대해서도 “단순히 취재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며 “첫 첩보 내용을 자세히 몰랐기에 과거 첩보 내용과 다른 내용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천호 전 2차장 “특정 목적 갖고 채동욱 첩보 수집 한거 아냐”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서천호(57) 전 차장은 남 전 원장이 첫 보고 당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선 진술이 일치했지만 첩보 확인 정보를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서 전 차장은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에게 추가 보고를 받은 후 이를 남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며 “남 전 원장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야단에 가까운 소리를 해 제가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남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채 전 총장 정보가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전 차장은 ”정보 사용권자인 남 전 원장이 이 같은 정보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사실이더라도 문제 삼지 말라‘는 인상을 받아 확인단계까지만 거치고 사용한 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첩보 확인과 중요첩보의 확인 과정은 기초적인 절차“라며 ”채 전 총장 첩보도 비위는 아니라고 봤다. 악의적 유포를 우려해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지 검찰 주장처럼 특정한 목적을 갖고 첩보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남 전 원장 등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정치공작에 대한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수사팀의 보호막 역할을 하던 채 전 총장에 대한 혼외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