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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심재철, 언론사 상대 최종 패소

성주원 기자I 2024.11.07 12:00:00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관련보도…손배소 제기
1·2심 원고 패소…대법원, 원심수긍 상고기각
"공적인물 과거행적, 역사적사실 공공적 의미"
일부 허위사실…''상당한 이유'' 있었다고 판단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심재철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자신의 허위자백 관련 보도를 두고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당시 기사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 언론사 측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기사가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언론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심재철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이 지난 6월 25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황영민 기자)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심재철 전 의원이 한겨레신문과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신문이 2004년과 2005년, 2018년에 주간지와 인터넷판 등으로 출고한 자신의 학생운동 시절 기사 3건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어 사회적 가치·평가가 침해되고 있다며 2019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이 된 기사들은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심재철이 그해 6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의자로 신군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와 돈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심 전 의원이 1995년 이를 바로잡는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도 있었다.

1심은 심 전 의원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기사 내용을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되고 일부 인정되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1심 판단과 다르게 일부 기사 내용은 허위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과 지시를 받았음을 시인했다는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판결을 수긍하고 심 전 의원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심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거짓 진술을 했다는 부분 등은 허위의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원고는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은 평가와 검증이 계속적으로 요구되는 공적 인물의 과거 행적 및 그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공적 의미를 가진 사안”이라며 “피고들로서는 당시 군사법체계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과정에 관한 사실조사를 위한 객관적 자료에의 접근 가능성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판단에 허위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에서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의무 위반, 이유모순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심 전 의원 측이 청구한 기사삭제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기사삭제청구권 관련 쟁점이 법리적으로 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언론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객관적으로는 허위 내용의 기사인 경우 삭제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기사삭제청구는 인격권에 기한 사후적 금지청구로서 △표현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닐 것 △그로 인해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심 전 의원은 이 사건 기사의 작성·게시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기사삭제를 청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객관적 허위사실이더라도 기사 작성·게시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상 기사삭제청구도 인용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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