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소각·집중투표제 의무화, 경영권 위협 무방비 노출"

김정남 기자I 2025.07.24 15:06:54

주요 경제8단체 부회장단 대국민 호소문
"더 센 상법, 해외 투기자본 위협에 노출"
"모호한 1차 상법 개정의 보완 입법부터"

[이데일리 김정남 조민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더 강력한’ 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가뜩이나 미국 관세 폭탄과 중국 기술 굴기로 위기에 빠져 있는데, 상법상 규제까지 더해지면 손발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8단체 부회장단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주요 경제 8단체 부회장단은 24일 서울 중구 상의 회관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추가적인 상법 개정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며 “이는 기업 펀더멘털 악화와 기업 가치 하락을 초래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8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왼쪽 다섯번째),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왼쪽 네번째) 등 주요 경제8단체 인사들이 2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상법 개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등이 골자다. 늦어도 9월 정기국회 때 추가 입법에 나서겠다는 게 여권의 복안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쌓아두지 말고 의무적으로 없애라는 게 골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우호 주주들에게 매각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는 측면도 있었다. 문제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와중에 자사주 보유마저 못할 경우 외부 공격에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집중투표제는 1주를 갖고 있는 주주가 이사 3명을 뽑을 때 3표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그런 만큼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로 선출된 이사가 특정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할 수 있다는 부작용 역시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실제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상장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상장기업 74.0%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추진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2차 상법 개정과 함께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8단체는 “과도한 배당 확대, 핵심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 자본의 무리한 요구나 경영권 위협이 이뤄질 경우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제계도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상법 개정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 현장에서는 1차 상법 개정의 보완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상장사 38.7%는 최우선 보완책으로 정부의 법해석 가이드 마련을 꼽았다. 27.0%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를 거론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서 주주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기존 판례로 인정되던 경영판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한지 등에 대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향후 주주에 의한 고소·고발 증가가 예상된다”며 “그런 만큼 불확실성 해소 위해 배임죄 개선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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