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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총리 “러, 종전후 유럽 동부로 軍병력 재배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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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12.16 17:21:41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FT 인터뷰
“평화협정 체결 후에도 러 군사 위협 여전”
“동부 전선 방위비, EU가 재정 지원해야”
러·벨라루스 접경 8개국 첫 정상회의도 개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협정 체결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선으로 병력을 재배치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접경국 방위비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사진=AFP)
오르포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온 이후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리(핀란드) 국경과 발트해 인근 국경 쪽으로 군사력을 옮길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오르포 총리는 종전 후 일부 서유럽 국가들이 위협이 줄었다고 오판해 방위비 부담을 축소하는 상황을 특히 경계했다. 동시에 나토 동부 국가들에 대한 EU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 동부 전선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지원국”이라며 EU 차원의 연대와 부담 분담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오르포 총리는 “미국이 유럽에서 방위 역할과 지원을 줄이고 있다. 미국은 다른 안보 현안이 많다”며 “유럽이 스스로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점진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동부 전선 국가들이 사실상 유럽 방위의 최전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르포 총리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7일 첫 ‘동부 전선 정상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회의 참여국은 러시아·벨라루스와 육상 또는 해상 국경을 맞댄 8개국으로 △방공망·드론·지상군 등 각 분야에서 공동 군사 역량 확보 △유럽 대륙 내 병력·장비 신속 이동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종전 이후에도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로, 그간 전국적인 방공호 구축, 전략 물자 비축, 청년·엘리트 대상 비상 대비 훈련 등 강도 높은 안보 준비 태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0년 넘게 이어진 경기침체와 국가부채 급증으로 정부가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있어 국내 재정 여건 역시 동시에 악화한 상태다. 오르포 총리는 “핀란드 경제는 현재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며 이는 러시아의 위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핀란드 사회 분위기도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동부 최전선 국가들이 EU 예산에서 책정한 방위 관련 자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군사 프로젝트에 아직 쓰이지 않은 15억유로 상당의 잔여 재원, 다음 수년간 재정계획(MFF)에서 방위 분야에 배정될 것으로 보이는 약 1300억유로 중 상당 부분을 동부 최전선 방위력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종전 후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 사이에서 “위협이 줄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방위비 증액이나 대러 제재·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고 FT는 설명했다.

오르포 총리는 “유럽은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한 주’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번 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자산 활용 문제 등을 둘러싼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정상들은 오는 19~20일 우크라이나 재정 파산을 막기 위한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에 반대해 온 벨기에의 입장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중남미 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 등이 주요 안건이다.

오르포 총리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중심으로 유럽 지도자들이 벨기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제는 결정을 내릴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르포 총리는 만약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금융 지원이 합의 없이 끝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냐는 질문에 “그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이 곧 유럽 안보 위기 심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동부 전선 국가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핀란드 외에도 여러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3~5년 안에 러시아가 나토와 정면 충돌을 준비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폴란드가 대표적이며, 이들 국가는 내년 방위비를 GDP 대비 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에 요구한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FT는 인근 다른 최전선 국가들 역시 잇따라 방위비 증액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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