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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30일 자정(한국시간) 공개한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8’는 베젤(테두리)이 거의 없는 외관 디자인만큼이나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지능형 인터페이스인 ‘빅스비’(Bixby)에 관심이 집중됐다. 빅스비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맥락’을 이해한 뒤 내린 명령을 수행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되묻는 ‘소통’까지 가능해 기존 음성 기반 비서에서 한발 더 나아간 혁신을 이뤘다. 또 사물이나 이미지, 텍스트 등을 카메라로 인식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이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스마트폰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첨단 기술 확보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소로 인해 삼성은 지난해 11월 이후 넉 달째 M&A 시계가 멈춰 향후 기술 혁신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8의 혁신 기능인 빅스비는 지난해 11월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개방형 AI 플랫폼 기업 ‘비브 랩스’(VIV Labs Inc.) 기술을 통해 완성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 등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AI 전략은 스마트폰과 TV·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를 연계하고, 인간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4~5년간 축적해온 AI기술 중 음성 인식 분야를 심화시켜왔고, 비브랩스는 가진 생태계 조성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두 회사의 강점이 결합해 빅스비라는 강력한 소통형 AI 비서 서비스를 완성했고 사물인터넷(IoT)시대에 다양한 디바이스를 접목한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갤럭시S8과 여러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2014년 8월 인수한 미국 IoT 플랫폼 개발회사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밑거름이 됐다. 또 갤럭시S7에 이어 이번에도 탑재된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도 2015년 2월 인수했던 ‘루프페이’ 기술로 구현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80억 달러(9조 3000억원)에 인수한 세계 1위 글로벌 전장(전자장비) 기업 ‘하만’과의 첫 협업도 갤럭시S8에서 성과를 거뒀다. 삼성은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AKG의 튜닝 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이어폰을 기본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한 차원 높은 고품질의 음향을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독자적 기술만으론 부족한 부분을 과감한 M&A를 통해 극복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을 지속해왔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인맥을 통해 직접 가능성을 보고 검토를 지시한 인수 건이 많았기 때문에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면 삼성의 혁신은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기술 혁신에 꼭 필요한 M&A를 추진하기 위해 오는 4월 말까지 설치 완료할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인수 건을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미래전략실이 전략·진단팀에서 맡던 전문적인 M&A 검토 작업 및 컨설팅 작업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M&A를 검토한다면 투명성은 높일 수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고 해당 사업부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며 “삼성이 앞으로도 혁신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효과적으로 인수하려면 거버넌스위원회를 보완할 사내 전문가 조직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