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터키)=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서 통화스왑의 확대나 지역금융안전망 같은 보다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에서 ‘세계경제의 회복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 제2세션 참석한 박 대통령은 “현재의 금융안전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국제통화기금(IMF)이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액션플랜을 마련해 줄 것을 차기 의장국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급격한 자본유출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국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국제공조체제로 IMF 금융지원, 통화스왑,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등이 대표적 사례다.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개혁안 마련을 추진해 왔으며 올해에는 금융구제 개혁의 핵심과제 완료 및 일관된 이행과 자산운용업 급성장 등의 새로운 금융불안 위험 대비를 추진 중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의 경기둔화까지 맞물리면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감안해서 신중하고 완만하게 조정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경우에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 등 G20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상이 유력한 미국을 향해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국제조세와 관련, “이번에 마련한 BEPS(벱스) 대응방안은 글로벌 공조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그동안 노력해 준 G20 회원국과 국제기구에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은 G20의 BEPS 대응방안을 적극 지지하며 조만간 국내법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벱스는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이라는 뜻으로,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 부담을 줄이는 글로벌 조세회피를 지칭한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조세정보 자동교환 선도그룹의 일원으로서 외국 과세당국과도 정보를 적극 공유할 것”이라며 “한국은 보다 많은 개도국이 BEPS 대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개도국과 적극 공유하고 있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도국의 세정역량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2세션에서 G20 정상들 가운데 6번째로 발언했다. 전날(15일)과 마찬가지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았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아베 총리가, 우측에는 엔리께 빼냐 니에또 멕시코 대통령이 앉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박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따뜻하게 대접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일한정상회담이 진행된 것도 있고 해서 일본 국내의 분위기도 꽤 좋아지고 있다”고 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따뜻한 말을 들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나도 기쁘다”며 화답했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는 2세션 후 무역·에너지를 주제로 열리는 업무 오찬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박 대통령은 업무 오찬 참석 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필리핀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