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의 사망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인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지 12일 만이다. 그는 대표직 박탈에 따른 충격으로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뒤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또한 재계 대변자로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스포츠 후원자로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조 회장의 공로를 기리고 애도를 표명했다. 체육계에서도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조 회장은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와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조 회장 본인과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그룹 오너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따른 여론 악화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해 항공 등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인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지주사 한진칼의 오너 일가 지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KCGI 등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오는 6월 초 서울에서 대한항공 주최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역시 조 회장 부재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의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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