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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기부에 참여해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3만원을 성금으로 이체했다는 취업준비생 서연성(26)씨는 “불이 난 지역에 연고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소방관분들과 이재민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제발 비라도 오라고 기도하며 기부했다”고 말했다. 기부처와 방법을 소개하는 글도 공유됐다. 직장인 최모(31)씨는 “‘댓글만 달아도 1000원이 기부되는 사이트’를 올렸다”며 “이번 생애 산불로 기부를 처음 해봤는데 소액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해 공유하게 됐다”고 했다.
진화되지 않는 산불에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세차 인증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는 시민들이 마치 ‘온라인 기우제’를 지낸 것이다. 산불 피해 인근 지역에 가족이 산다는 이승범(27)씨는 “매번 하던 세차지만 이번에는 비가 철철 내려도 세차가 안 아까울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주말 사이 불길이 잡히는 과정에서는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내린 비가 일부 땅을 적시기도 했다.
산불 피해에 대한 모금뿐 아니라 진화와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대원을 응원하는 기부와 서명도 이어졌다. 한 민간단체가 시작한 소방대원 처우 개선 지지 서명 ‘나는 소방관입니다’에는 이날 오후 기준 9만 14065명이 참여했는데 이번 산불 기간에만 3만 40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대원들에 대한 물품 지원도 잇따랐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상도 지역 소방서 관계자는 “실제로 출동한 대원에게 생수나 간식, 음료수 같은 것들을 많이 보내주셨다”며 “익명으로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현장 대원들은 힘이 많이났다”고 말했다.
작은 마음들로 모인 기부금은 수백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31일 705억여원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이 기부금에는 각 단체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모아 전달하거나 민간단체가 받은 직접 기부금도 포함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에서 기부한 사람들만 이날 오후 기준 221만명을 넘었다. 민간단체의 직접 기부금액도 상당하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산불 기간 7일 동안 모금을 진행해 208억 원이 모였다”며 “지난 5년간 진행한 특별모금 중 가장 많은 액수”라고 밝혔다. 이 기부금은 이재민·피해 주민·소방관 등 지원에 쓰일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1일 시작된 영남권 일대 산불은 열흘간 이어진 뒤 지난달 30일 주불이 잡혔다. 총 4만8239㏊(헥타르)에 영향을 미친 이번 산불은 지난달 31일 기준 75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6천652개의 시설을 태웠다.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1789세대 3283명이다. 고기동 중대본 본부장은 영남권 주불 진화 공식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연수원과 민간 숙박시설을 임시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지자체를 통해 긴급 생활안정 지원금을 신속 지급해 이재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