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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폴란드 수출 ‘청신호’ 켜졌다

김형욱 기자I 2022.10.31 18:00:00

한수원, 민간원전 프로젝트 협력기로
정부사업 입찰선 美경쟁서 밀렸으나,
민간선 우위…사상 두번째 수출 기회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K-원전)의 폴란드 수출에 ‘청신호’가 커졌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폴란드 민간 발전사 ZE PAK과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와 폴란드 민간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맺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같은 장소에서 방한한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LOI·MOU는 한수원이 ZE PAK·PGE와 함께 연내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최신 한국형 원자로 APR1400를 적용한 원전 개발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폴란드가 이 자국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사업을 확정했거나, 이를 한국에 맡기기로 확정한 건 아니다. 그러나 추진 단계에서부터 한국과 협업기로 한 만큼 원활한 협업 아래 사업 계획이 확정된다면 한국 기업이 그대로 이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인 사업자 입찰 절차를 생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지 기업은 정부 원전 건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2026년 착공해 2033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르면 1년 후께 이번 LOI·MOU가 본계약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 사업 성사 땐 2~4기의 원전을 수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1기 건설 프로젝트에 통상 6조~8조원이 투입되는 걸 고려하면 12조~36조원 규모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표=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을 비롯한 K-원전은 이로써 폴란드 원전 수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폴란드 정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자국 원전 6기 신규 건설 정부 프로젝트 사업자로 한수원이 아닌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했으나, 이와 별개로 함께 진행하는 민간 원전 신규 건설 프로젝트는 한수원에 맡긴 모양새가 됐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정부·민간이 원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내용의 ‘폴란드 에너지 정책 2040(PEP2040)’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식 수출계약이 아닌 LOI·MOU지만 폴란드 부총리가 한국에 와서 직접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한 만큼 (원전 수출 가능성 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기본 계획 수립과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협력 내용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LOI·MOU가 정식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K-원전은 사상 두 번째 수출 성과가 된다. K-원전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기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해 현재 3기까지 가동을 마친 상태다. 한수원은 올 8월에도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이는 프로젝트 주 사업자인 러시아 로사톰의 자회사 ASE와 맺은 하도급 계약이었다.

이창양 장관은 “UAE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형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다”며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의 뒷받침 아래 이뤄진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계약 성사 땐 국내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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