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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도 면죄부 없다”…국민연금, 기업가치 훼손 끝까지 따진다[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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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9.14 19: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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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훼손 5년·최초 반대 3년 지나면 재검토
기간 도래해도 자동 해제 아냐…사안별 판단
임원 보수 기준·절차 공시 없으면 반대표
자사주 처분, 취득 목적·일반주주 의견 반영 점검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이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를 두고 '시간이 흘렀다고 반대표를 자동으로 거두지는 않는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훼손 행위가 발생한 지 5년, 국민연금이 처음 반대표를 행사한 지 3년이 지나면 다시 심사대에 올리기는 하지만, 철회 여부는 어디까지나 사안별로 따져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일정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반대 의결권을 철회하는 소위 '자동 면죄부'는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 설명회’에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적용할 때 일몰은 없다”며 “훼손 행위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5년, 국민연금이 최초로 반대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수탁자 책임활동의 판단 기준과 절차를 직접 설명한 자리다. 105개 투자기업의 IR·ESG 담당 임원과 실무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한 기업 관계자는 과거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당시 재직한 이사가 다시 후보로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반복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일몰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 실장은 “기간이 도래했다고 무조건 일몰되는 것은 아니고 그때부터 재검토하는 것”이라며 “재검토 결과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했다. 과거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사실만 기계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없던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임원 보수 안건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보수 한도나 지급액 자체보다 보상 규모를 산정한 기준과 절차, 경영성과와의 연계 여부가 합리적으로 설명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 실장은 “기업들이 임원 보상과 관련해 공시하는 내용이 거의 없어 어떤 기준으로 보상 규모가 정해졌는지 알 수 없다”며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원 보상 기준과 결정 절차, 규모, 성과 평가 내용을 충실하게 공시하면 이를 토대로 검토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국민연금에만 개별적으로 설명해도 개선으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관련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 지나도 면죄부 없다”…국민연금, 기업가치 훼손 끝까지 따진다[마켓인]


자사주 보유·처분 안건에서는 최대주주 이외 주주의 의견이 반영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자사주 소각이 원칙인 상황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만으로 정관을 변경하고 보유·처분 계획까지 승인할 수 있다면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자사주를 취득할 당시 공시한 목적과 실제 활용 방안의 일관성도 점검한다. 주가 안정이나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놓고 이후 임직원 성과급이나 다른 목적으로 처분하려 한다면 당초 취득 목적과 어긋난다고 보고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방안으로는 독립이사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와 ‘다수의 소수주주’ 동의를 받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의 다수 동의를 별도로 확인하는 구조다. 다만 이 실장은 아직 국내 주주총회 안건에서 확인된 모범 사례는 없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기계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한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기금은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며 “반대하기 전에 가능한 한 회사의 설명을 듣고, 설명이 충분히 납득되면 당초 반대를 검토했던 안건에 찬성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개선을 인정받기 어려울 양상이다. 배당과 임원 보수, 법령 위반, 산업안전, 기후변화 등의 사안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외부에 공개한 뒤 실제로 준수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일부 기준만 충족했다면 정해진 대화 기간이 지났더라도 곧바로 중점관리 대상에서 해제하거나 적극적 주주활동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기업과의 대화가 심화되면 실무자뿐 아니라 사안에 책임이 있는 이사와 이사회 산하 위원장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연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면 그 진정성도 판단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며 이사회 차원의 대응을 당부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안에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서면심사와 현장실사를 진행해 수탁자 책임활동 수준을 질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향후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과 자금 추가 배정·회수에 반영한다.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이라는 작은 연못의 고래와 같다”며 “투자기업들이 더 성장하고 가치 있는 회사가 돼 코스피라는 연못을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키워야 국민연금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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