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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하고 ‘정쟁’ 벌이다 끝난 20대 국회… 오명 속 마침표(종합)

이정현 기자I 2020.05.20 19:00:58

20일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 열고 민생법안 처리 분주
법안처리율 37% 턱걸이… 계류 법안 1만5000여건 자동 폐기
朴탄핵 힘 모았으나 협치 실패… 21대 숙제로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제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여야는 헌법 불합치 관련 법률을 비롯해 민생법안 등을 서둘러 처리했으나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벗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극적으로 시작했으나 패스트트랙 정국이 이어지며 충돌했다. ‘동물국회’가 재연된 가운데 입법 기능은 마비돼 식물 상태가 이어졌다.

◇번갯불 콩볶듯 막판 법안 처리했으나 낙제점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 법안, ‘n번방 방지’ 관련 법안, 공인인증서 폐지가 핵심인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 법률안, 세월호 피해자의 범위를 넓히는 ‘김관홍법’, 예술인으로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넓힌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133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인 종부세법 개정안과 부모나 자식 등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구하라법’도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직자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해관계 개입을 막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도 좌초했다. 세무사법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위헌 소지 논란이 나오면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본회의가 열리는 순간에도 법사위가 진행되며 법안 처리에 열을 올렸으나 실적은 최악으로 남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총 2만4139건이나 이중 9000여건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법안처리율은 37%를 겨우 넘겼다. 그동안 ‘역대 최악’으로 꼽혔던 19대 국회의 처리율 41.7%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계류법안 오는 29일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20대 국회 법안처리가 미진했던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야의 골이 깊어지며 법안처리 논의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5월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국회는 마비상태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16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 일수는 연평균 11일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사사건건 충돌한 여야… 여의도정치 실종

여야는 임기 전반기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등 머리를 맞댔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치 상태를 이어왔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야외투쟁, 국회의장석 점거 등 힘싸움이 이어졌다.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집권여당과 저지하려는 제1야당 간 육탄전이 벌어져 여야간에 고소 및 고발전이 뒤따랐다.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7년여 만이다.

논의를 통한 협치는 사라지고 지지세력을 앞세운 이른바 ‘아스팔트 정치’가 부활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은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가 반대를 외쳤으며 여당 역시 서초동 집회에 힘을 실으며 맞불을 놨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임박하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을 이끌고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가 후반기 들어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에 탄핵 이후 권력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데일리에 “20대 국회는 대의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낙제점”이라며 “여야가 논의를 이어가며 법안을 처리해가야 하는데 청와대 입김이 강해지면서 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닌 수단인 만큼 소수의견도 존중해 제도에 반영하는 모습을 21대 국회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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