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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웅진렌털과 코웨이를 하나로 합쳐 ‘웅진코웨이’로 시작할 예정”이라며 “향후 가정과 연관된 모든 비즈니스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이날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5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매각한 지 약 5년7개월 만이다. 윤 회장은 올초 MBK와의 경업금지 제한이 해제되자 곧바로 렌털사업 재진출을 추진하는 등 재기를 꾀해왔다.
코웨이는 1989년 윤 회장이 설립한 생활가전업체다. 렌털(임대)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상징적인 기업이지만 윤 회장은 2013년 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눈물을 머금고 코웨이를 MBK 측에 매각한 바 있다. 웅진그룹은 올초 코웨이 재인수를 천명, 그간 주력 계열사 웅진씽크빅(095720)을 통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MBK 측이 코웨이 매각에 부정적이고, 인수자금 조달에 의문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인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져 왔지만 윤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
윤 회장은 “출판업과 렌털사업이 성공하면서 ‘내가 하면 다 되는구나’라는 자만심으로 잘 모르는 건설, 태양광, 저축은행 등을 한번에 인수했다”며 “그 결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까지 겪게 됐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웅진코웨이는 향후 제품을 다각적으로 늘려 시너지 효과를 키울 것”이라며 “가정과 연관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동시에 생산성 향상, 내부 처우 등 문제 등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계약을 두고 시장에선 여전히 의외라는 반응이 크다. MBK가 코웨이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는 것을 두고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며 웅진그룹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사간 관계가 좋지 못해서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MBK 측이 일부 서운한 감정은 있었을 테지만 회사대 회사 차원에서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한 번도 MBK 측을 비난한 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현재 웅진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각각 4000억원, 5000억원을 조달키로 합의한 상태다. 웅진그룹은 이외에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긍정적으로 추진 중인만큼 불확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은 “웅진씽크빅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2000억원, 타 금융기관을 통해 2000억원을 확보해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앨 것”이라며 “현재 확보한 지분 22%는 여전히 작은 수준이어서, 향후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추가 지분매입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웅진그룹은 내년께 웅진에너지(103130)와 웅진플레이도시 등의 계열사들을 매각 검토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MBK 측과의 블록딜 관련 소송도 취하할 예정이다. 안 실장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 중장기적으로 지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또한 코웨이가 현재처럼 연간 7~8%씩 성장해준다면 인수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이번 코웨이 인수로 향후 웅진그룹 2세들의 행보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전무는 웅진에버스카이(무역)와 웅진투투럽(화장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인 윤새봄 전무는 지난해 웅진씽크빅 대표를 역임하다가 올 하반기부터 웅진 사업운영총괄을 맡고 있다. 장남에겐 신사업을, 차남에겐 그룹 살림을 맡긴 셈이다. 현재 두 아들들의 웅진 보유지분율은 각각 14.16%, 14.14%(8월 기준)으로 대동소이하다. 웅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지분도 두 사람이 2.84%로 똑같다.
특히 차남인 윤새봄 전무는 최근 몇년간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회생절차 졸업에 큰 기여를 했던 만큼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윤 전무는 2009년 3월 웅진씽크빅 과장으로 입사해 이후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거쳤다. 2014년 웅진케미칼 매각 당시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후 (주)웅진으로 복귀, 1년 반 동안 웅진그룹의 상황을 수습했다. 웅진씽크빅 대표로도 취임해 2년간 부채를 10% 이상 줄였고 올초엔 미국 실리콘밸리 교육 인공지능(AI) 분석기술업체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업계는 현재 윤 회장의 두 아들 모두 경영일선에서 웅진그룹을 이끌고 있어 향후 코웨이 경영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웅진씽크빅 유상증자 등으로 오너가의 지분율이 다소 낮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2세들의 추가 지분 확보 움직임 등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