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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청원엔 100만명 몰려가는데…국회 청원, 文정부서 고작 72건

김미영 기자I 2018.10.25 16:59:32

국회 청원, 16대 765건 정점 찍은 뒤 접수건수 감소세
문턱 높고, 처리과정 지난 …사회적 이목끌기·국회와의 소통 기대도 어려워
靑 게시판 쏠림 현상 뚜렷…입법기관인 국회, 제도 개선 고민해야

국회 청원 안내문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운영 중인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은 청원 1건에 100만명 넘는 국민이 서명할 정도로 활성화된 데 반해, 국회가 운영하고 있는 청원제도는 국민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 경우 청원제 이용을 위한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처리과정도 지난하기 때문으로, 국회가 입법기관이자 민의 수렴 창구로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국회에 접수된 청원 건수는 72건이다. 이에 비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건수는 32만건을 훌쩍 넘었다. 특히나 최근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이후 올라온 ‘심신미약’ 피의자에 대한 감형 반대 청원엔 107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국민참여도가 높다.

13대 국회부터 운영돼온 국회 청원제도가 국민 외면을 받는 건, 청와대의 청원제도에 밀려서만은 아니다. 국회에 접수된 청원은 16대(2000~2004년)에 76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17대 432건, 18대 272건, 19대 227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국회의원 소개를 받아 온라인 아닌 오프라인으로 직접 청원서를 내는 번거로움을 거친 뒤에도 뜻을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혀온 점이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실제로 청원 건수가 가장 많았던 16대에 765건 청원 중 절반 이상인 426건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316건은 해당 상임위 심사를 한 뒤 본회의엔 올리지 않기로 해 ‘본회의 불부의’ 판정을 받았다. 채택된 건 3건이었다. 19대 국회에선 227건 가운데 177건이 폐기돼, 폐기율이 55%에서 77%로 높아졌다. 채택 건수는 2건뿐이었다. 20대 국회 들어선 153건이 접수됐으며 3건이 채택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실제 법 제·개정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회 청원은 이러한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 청원은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 측에서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만, 국회 청원은 일반 의안처럼 다뤄져 폐기될 때까지 별다른 응답을 듣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원 관철은 둘째치더라도, 국민 뜻을 전하고 국회와 소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여건이다.

국회의원들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청원의 의원소개 의무를 없애고 전자(온라인)청원제를 도입하는 등의 법안을 냈다.

그러나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의원 소개는 청원 내용을 보고 한 번 거르는 장치인데, 이걸 없애면 청원 남발이 우려된다”며 “청원 건수가 급증하면 상임위 청원심사소위 일도 늘어 심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더 커지니 현실적으로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게시판에 포퓰리즘적 성격이 있다 해도 국민 청원의 청와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데 국회 입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며 “계속해서 입법 주도권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제도로 국회 진정제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변인은 “(진정은) 인터넷이나 팩스, 우편으로 제한없이 받기 때문에 국회 민원지원센터로 1년 5000여건 정도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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