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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암행어사' 도입한다…기계·전자·SW 업계 상시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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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렬 기자I 2025.11.04 14:58:27

공정위, ''기술탈취 근절대책'' 발표
''中企 기술보호 감시관'' 현업자 12명 위촉
기술유용 발굴해 제보하면 공정위 직권조사
내년 수시 조사 확대하고 조사인력 ''대폭'' 증원도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방해하는 기술탈취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일종의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한다. 공정위는 이들이 발굴한 단서로 직권조사를 진행해 적발된 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자료=공정위


현대판 암행어사 ‘기술보호 감시관’

공정위는 4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9월 관계부처 합동대책과 중소벤처업계와의 현장소통 간담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주병기 위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시장 감시 및 법 집행 강화 △피해·손해액 등 증거 확보 지원 △실질적 피해구제·지원 등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서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중소기업 기술보호 감시관’을 즉시 도입한다. 기술탈취 집중 감시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기술탈취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계·전기전자·자동차·소프트웨어(SW)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12명을 기술보호 감시관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원·수급사업자 간 하도급거래 현장에서 발생하는 원사업자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공정위에 수시 제보하는 역할을 한다. 감시관의 제보는 법적 기속력은 없지만, 공정위는 해당 내용을 수시 직권조사 단서로 활용해 신속한 조사에 들어간다.

감시관은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12명에 불과하지만, 공정위는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탈취로 생존 위협을 받음에도 대기업의 보복 우려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상당하다”며 “기술보호 감시관은 하도급분야 최일선에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방해하는 기술탈취행위를 감시하는, 암행어사와 같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감시관 외에도 익명제보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협회 등에 기술탈취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해 현장에서 바로 공정위에 제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중소기업 기술보호 감시관’ 위촉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정위)


수시 조사 2→3회 확대…조사인력 증원도

내년부터는 관련 법 집행을 전면적으로 강화한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 건수는 한 해 299건, 손실액은 5442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공정위 제재 건수는 45건, 과징금은 13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공정위는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등 기술탈취 빈발 업종을 중심으로 기술유용행위 등에 대한 수시 직권조사를 기존 연 2회에서 3회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술탈취 담당 조사인력도 내년 대폭 증원한다. 공정위가 현재 추진 중인 조직개편 차원에서 변리사, 기사·기술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다수 신규 채용해 전문분야 기술탈취 사건 접수 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피해기업이 소송절차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증거확보와 피해사실 입증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기술탈취 손해배상소송에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내년까지 도입하는 것이다. 소송과정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직접 피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면, 이를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법원에 대한 공정위 자료제출의무도 도입한다. 공정위가 기술탈취와 관련해 법 위반행위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소송에서 법원 요구에 따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영업비밀이라도 법 위반 사실과 손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는 제출해야 하되, 열람 범위 제한 등 보호장치를 마련한다.

아울러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피해사실의 입증책임을 전환한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기술탈취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가해기업이 행위의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까지 지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구제 대책도 마련한다.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에 대한 신속·효과적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위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피해구제 기금을 설치하고, 기술자료·비밀보호 인식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 교육도 확대한다. 기술탈취 등 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수급사업자가 공정위 처분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 금지청구제’ 또한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성장 경제환경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촘촘한 감시, 엄중한 제재는 물론, 예방·보호·재기 모든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정책 초점을 맞춰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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