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의를 표명, 경제 안정화를 책임져야 하는 컨트롤타워마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긴급’, ‘긴급’…최상목 경제팀, 충격 최소화 총력
‘계엄령 쇼크’는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원·달러 환율은 1444원대까지 급등하고 비트코인은 한때 40% 이상 폭락하는 등 가상자산시장도 요동쳤다. 4일 오전 4시 30분 계엄이 공식 해제됐음에도 이날 주식시장은 코스피 지수가 장 중 한 때 2% 넘게 떨어지는 등 충격 여파가 이어졌다.
최상목 부총리를 위시한 경제팀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쏟아냈다. 최 부총리는 3일 오후 11시 40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회의(F4회의)를 열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키로 했다.
이어 7시간여 뒤인 4일 오전 7시에 다시 F4회의를 가동, 비상계엄 해제로 시장이 안정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주식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외환시장의 정상 운영을 결정했다.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의 완전한 정상화 때까지 무제한 유동성 공급 기조도 유지했다.
최 부총리는 같은 날 오전 10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합동 브리핑을 통해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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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국무위원 전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앞으로는 경제·금융상황을 점검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 측은 최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현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표명한다는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사표 수리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 “정치 불안 따른 경제 부담, 1년 이상 갈 수도”
시장의 혼란은 잦아들고 있지만 대외 신인도엔 상당한 타격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심야 계엄 선포와 이후 해제 과정이 글로벌 투자자들에는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계엄사태로 한국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으로 더욱 빠르게, 깊숙이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국경제는 내년 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조정되는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 고조라는 악재를 안게 된 상황이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등 빈약한 재정 기반은 ‘상수’처럼 놓인 한국경제의 걸림돌이었다.
여기에 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예상되는 탄핵 정국 등 정치적인 상황마저 ‘시계제로’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시간을 벌어둔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은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현재로선 정치적인 불확실성의 빠른 해소가 한국경제 안정성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 등으로 정치권이 한동안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범’이 될 것”이라며 “정치 불안정성이 경제 불안정성까지 높이는 상황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이든, 개헌이든 어떤 조치를 하든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 끌게 되면서 경제에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국민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내각 총사퇴하고 비상경제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