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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기존보험사들이 펫보험 등 전문화된 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사1라이선스 규제 유연화’라는 큰 틀 안에서 보험사들이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1사1라이선스는 1개의 금융그룹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1개씩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에 걸림돌이라, 그동안 ‘규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예컨대 업계는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가 생명보험·손해보험을 넘나드는 범위까지 허용될 경우, 생명보험사들도 손해보험 영역에 해당하는 ‘펫보험 자회사’를 신규로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일단 이번 정책 개선에 대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잠재성에 비해 성장이 더뎠던 펫보험 시장이 규제 완화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기관들이 반려동물 시장 성장 규모를 연평균 10% 내외로 보고 있지만, 정작 펫보험 가입률은 1%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만 보였던 펫보험 시장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회”라며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규제 완화를 계기로 새로운 상품 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펫보험 시장엔 예년과 달리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현대해상이 이날부터 장기 펫보험인 ‘건강한 펫케어보험’의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에 짧았던 보장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리고, 판매 채널도 다이렉트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확대했다.
앞서 삼성화재도 갱신 주기가 최대 5년인 ‘위풍댕댕’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국내 펫보험 시장을 주도해온 메리츠화재는 올해 7월 반려견 실손보험인 ‘펫퍼민트’의 보장을 확대한 ‘펫퍼민트 Puppy&Home 보험’, ‘펫퍼민트 Cat&Home 보험’을 출시했다.
일상 속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과 ‘스마트ON 펫산책보험‘, ‘라이프플러스 댕댕이보험’ 등을 내놨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펫클라우드‘ 협약체도 구성한 바 있다.
◇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서둘러야
앞으로 금융당국의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면 다양한 상품 출시를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판매형태뿐만 아니라 펫보험 관련 제도들이 갖춰져야 실제 펫보험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종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보험 가입률이 1%대를 넘지 못하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동물병원마다 진료항목과 진료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수가 표준화를 통해 질환별 금액이 공시돼야 보험요율 안정이 가능하고, 데이터를 통한 신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수가 표준화가 되지 않아 진료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전문 자회사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도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또 동물등록제 참여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반려동물 관련한 데이터가 꾸준히 쌓여야 소비자에게 필요한 신담보 등을 개발할 수 있는데, 등록제 참여가 미진해 연속된 데이터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는 펫보험 자체가 보험 수가가 일정하지 않고 보험료 대비 보장 영역도 좁다는 제도적 문제점들이 있다”며 “금융당국 발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어려 각도에서 검토해 실제 펫보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농립축산식품부와 보험업권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반려동물 치료 항목, 병명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펫보험 자회사의 서비스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도 논의해야 할 대상이라, 펫보험 관련 전반적인 내용을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