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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업계에 따르면 쿠첸의 지난해 전기밥솥사업 비중은 70%로 2013년 89%와 비교해 19%p 낮아졌다. 쿠첸의 전기밥솥사업 비중은 2016년 80%대가 무너져 올 1분기엔 70%까지 내려앉았다. 내년에는 60%선까지 전기밥솥사업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쿠첸의 전기레인지사업 비중은 2013년 1%에서 지난해 16%까지 올랐다. 전기밥솥 비중이 낮아지는 동시에 전기레인지 비중은 올라가고 있는 셈. 최근 쿠첸의 사업방향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다.
쿠첸 관계자는 “전기밥솥사업도 중요하지만 신사업 확대 측면에서 2014년부터 전기레인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본격 진출, 꾸준하게 사업을 키워왔다”며 “전기레인지 사업 비중을 키우면서 최근 추가적으로 유아가전제품 브랜드를 론칭, 신사업 외형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쿠첸은 2015년 6월부터 전기레인지 특판팀을 분리하는 등 B2B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 광주 첨단 금호어울리 더테라스 등을 수주했다. 주택 건설시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꿔주는 사업을 통해 자체 B2B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건설사로부터 직접 수주는 물론, 주방 가구업체들과 협력해 제품 판매를 진행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올 3월에는 사업군을 하나 더 늘렸다. 젖병살균소독기와 오토(auto) 분유포트 등을 골자로 한 유아가전 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를 론칭한 것. 올해 쿠첸은 베이비케어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 중국에서부터 독일까지 각종 유아용품 박람회를 쫓아다니며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나섰다. 올 하반기부터는 주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에 입점해 판로를 확대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할 예정”이라며 “현재 수출향 제품 개발과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 쿠쿠전자도 이 같은 흐름은 마찬가지다. 쿠쿠전자의 지난해 전기밥솥사업 비중은 57%로 2013년(76%)대비 19%p 낮아졌다. 처음으로 전기밥솥 비중이 60%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 대신 쿠쿠전자는 신사업으로 꾸준히 투자해왔던 렌털사업 비중 확대에 집중했다. 쿠쿠전자의 렌털사업 비중은 2013년 18%에서 지난해 40%까지 올랐다. 주력이었던 전기밥솥사업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른 셈이다. 더 이상 밥솥업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쿠쿠전자는 렌털 경쟁력을 키워 국내 렌털시장에서도 업계 3~4위권으로 단시간에 도약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전기밥솥시장의 성장세 둔화 등에 대응해 2010년부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렌털시장에 진출했다”며 “올 8월 말 기준 누적 130만 렌털 계정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으로 렌탈시장에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첸과 쿠쿠전자가 이 같이 신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기존 전기밥솥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이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전기밥솥보급률이 95%를 상회하고 있는만큼 더 이상의 수요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쿠첸 역시 월 평균 밥솥생산량이 2015년 7만5097대에서 지난해 4만8817대로 35%나 줄었고 쿠쿠전자 역시 주력 IH전기압력밥솥 매출액이 2016년 3161억원에서 지난해 2904억원으로 감소했다. 더 이상 전기밥솥 하나만 믿어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전기밥솥업계로 분류 짓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경계가 희미해져 향후엔 모두 생활가전 또는 렌털업체로 탈바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밥솥시장 둔화가 예상보다 더 심한만큼 업체들의 이 같은 신사업 확장 추세는 한동안 더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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