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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완충 자본 제도는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본을 더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비상금’이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통주 자본 비율 하락 폭에 따라 최대 2.5%포인트까지 차등적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은행권에선 제도 도입이 늦어지는 데 대해 “생산적 금융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면서 지나치게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엇박자’를 우려한 탓이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은행권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착화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건전성 관리 부담이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적립 의무가 늘면 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RWA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예하는 등의 자본 비율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부응해야 하는 시기에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 자본을 도입하는 것이 당국 입장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잠재 위험에 대비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이 계속 미뤄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징금, 환율 등 은행 자본 비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은 상황이지만 완충 자본 제도 도입을 계속 미루는 것은 금융 안정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위기가 터진 뒤에 자본을 쌓을 수는 없다”며 “도입 시점이 늦어질수록 향후 한꺼번에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오히려 은행권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은행권 이익 규모와 연체율 수준을 감안할 때 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