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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은 첫 심문기일인 만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72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시험지를 미리 배포함에 따라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점이 쟁점으로 꼽혔다.
수험생·학부모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일원의 김정선 변호사는 “이 사건 논술 시험은 감독관이 사전 시험지를 과실이든 실수든 유포를 했고, 시험 시작 전 (배포된 시험지에) 노출된 학생들이 시험 문제 정보를 유출했다”면서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청인들이 공정하게 전 과정을 다시 치를 수 있도록 재시험을 이행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수험생 이모씨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논술시험으로서 타당한가를 고려 해야 하는 것”이라며 “시험지 유출이 아니라 (시험지가) 선 배부돼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고 과연 (공정한) 시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먼저 이 시험지가 처음 배부된 게 정말 문제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의 법률 대리인 측은 감독관에 의해 미리 유출되긴 했으나 다시 회수되기까지 5분 정도 소요돼 문제 유출이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률 대리인 측은 “감독관이 1시 직전에 (시험지를) 배부했다가 회수하고 감독본부에 통화한 시간이 1시 7분으로 (실수로 배부했다가 회수하기까지) 5분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 측이 시험 문제가 유출·유포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학교 측 법률 대리인은 “신청인 측은 논술 시험 관리 감독에 잘못이 있었고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증거는 익명 게시글이며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며 문자메시지의 경우도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어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선 배부한 시각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양측의 자료 제출 기한 후 셋째 주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세대는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논술 시험을 실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90분간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었는데, 자연 계열 한 고사장 감독이 시험 시작 시각을 오후 1시로 착각해 미리 시험지를 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감독관은 다시 시험지를 회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어나 재판으로 이어졌다.
한편, 김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논술 시험 자체가 합격 불합격 여부만 결정되고 본인이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진술서를 써준 학생들보다 사실 비공식적으로 써준 학생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험생들이 목소리들을 마음껏 낼 수 없는 이유는 본인 이름이 노출되면 합격을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 때문”이라며 “이 싸움이 쉽지 않겠지만 신뢰를 잃고 공정하지 못한 대학 입학시험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