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가족과 애착관계 안정적’..홀트, 형식적 조사 드러나

김현아 기자I 2021.01.06 21:28:14

사후관리 문제 없다는 홀트 주장과 달라
보고서에는 "세심하게 건강 관리, 양호한 컨디션" 등으로 표시
입양 부모 답변 의존해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져

▲국내입양인연대 등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앞에서 부실한 입양절차 책임지고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정인이의 입양을 주관한 홀트아동복지회가 지난해 7월부터 학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정인이에 대해 작성한 ‘입양 사후관리 보고서’에는 학대를 의심한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정인이 입양 사후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홀트 측은 신체 발달 부분에서 ‘움직임이 많을 때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은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인지 언어 발달 부분에서는 ‘가족과의 애착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적혀 있는 등 실체적인 진실 규명보다는 입양 부모의 답변에 의존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정인이를 입양한 가족을 방문하고 작성한 조사서 중 일부. 신체 발달 부분에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고 돼 있다.
▲홀트의 보고서중 인지 언어 사회성 발달 부분에서는 ‘가족들과 애착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잘 적응해 가고 있다’고 돼 있다.


정인이 몸무게가 넉 달 전과 같은 9.4kg 인데도 ‘동년배 수준으로 보이며 현재 크게 아픈 곳 없이 양호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기타 사항에 있는 아동 학대와 신고 여부에 대해서도 ‘필요없음’으로 돼 있어, 당시 조사가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형식적인 조사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홀트는 입장문을 내고 양부모 검증에 소홀했다며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아동학대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홀트 측은 사후 관리 과정이 수개월간 진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인이 양부모는 2018년 7월 3일 입양 신청을 했고, 친양자 입양 신고일인 지난해 2월 3일까지 홀트와 총 7회 만남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입양 후 관리도 매뉴얼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홀트가 작성한 ‘입양 사후 관리 보고서’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확인되면서, 입양아 사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정인이를 구하지 못한 경찰도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이 미흡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됐는데, 서장과 담당 경찰관을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20만 명 이상 동의하는 등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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