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78조 매출`이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향후 전망은 밝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커진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면서 수요 감축 우려도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로봇 등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과감한 기업결합(M&A) 또는 추가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7조7815억원, 영업이익 14조1214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5%, 50.5%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6% 늘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갈아치웠다. 달러화 강세로 30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이 늘기도 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특히나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건재했던 점이 위안거리였다. 게임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앱 성능제한 논란에도 갤럭시 S22 판매 호조도 큰 보탬이 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시장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은 적지 않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미래 먹을거리`인 파운드리다.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일부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미국 퀄컴이 당초 삼성전자에 맡기려고 했던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영업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하게 내세웠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시장의 과도한 우려와 달리 현재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삼성전자가 가진 캐파(생산능력) 이상으로 견조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며 “다수의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팹 운영으로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우선 5나노(㎚, 10억분의 1m) 공정은 성숙 수율 단계에 접어들었고, 안정적 수율을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극대화하는 중”이라며 “4나노는 초기 수율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다소 지연된 면이 있었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현재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3나노 공정은 선단 공정 개발 체계 개선을 통해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로 수율 램프업 기간을 단축하고, 수익성을 향상해 공급 안정화를 추진 중”이라며 “향후 공정개발 가속화를 위해 신규 R&D(연구·개발) 라인 확보를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 간의 점유율 격차가 올해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하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TSMC의 올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보다 3%포인트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440억 달러(약 55조 원)로 제시한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연간 투자 규모는 20조원 수준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도 불구,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31% 빠진 6만4800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기록했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각종 재판에 취업제한 등으로 오너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분기 실적이 상당히 좋게 나왔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위기에 과감한 M&A를 나서든지 혁신적인 조직 쇄신이 있어야 하는데 리더십 공백을 맞고 있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액은 21조111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난 1조8805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LG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해 신가전, 스팀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가전부분이 선전한 데다 TV사업 역시 올레드TV,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었다.
역대 실적 발표에도 LG전자의 향후 전망 역시 어둡다. LG전자는 “올 2분기는 지정학적 이슈, 인플레이션 우려, 환율 변동,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지속함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와 같은 원가 인상 요인이 이어져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