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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코로나19 사태에도 선방했지만 수혜는 ‘글쎄’
올해 초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산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 ‘악’ 소리 조치 내지 못할 정도라는 여행·항공·숙박 업계는 물론이고,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 정유, 자동차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다.
굵직한 기업들의 매출이 반토막나고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과 비교하면 IT 업계의 상황이 나은 것은 맞다.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현상 유지는 하거나 전년동기대비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었느냐 하면 ‘턱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인 A사 관계자는 “고객사인 기업들이 모두 어려운데 어떻게 IT 회사가 잘 될 수 있겠느냐”며 “클라우드나 데스크톱 가상화(VDI) 같은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IT 서비스 관련 예산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연기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추진하던 사업 중에서도 일시 중단되거나 잠정 연기된 경우도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원격 근무 솔루션도 무상으로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견 IT 기업인 B사 관계자도 “예전에 비해 원격강의, 화상회의 솔루션 등에 대한 문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지도 않지만 딱히 수혜를 입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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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기업 환경 어려워…정부 ‘디지털뉴딜’에 기대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소기업과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만나는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비슷한 걱정을 하고 털어놨다. IT가 기업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만큼 갑자기 매출이 줄거나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지만, 신규 계약이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 출장이 힘들어지면서 인수·합병이나 해외 고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다는 전언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말처럼 코로나19로 “2년이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 만에” 이뤄졌지만, 필요성과 가능성에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당장의 사업환경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IT 업계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포털 기업들이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업계 1위 삼성SDS를 비롯한 IT서비스 회사의 주가는 아직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도 못했다. 주가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뉴딜’이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중견 IT기업 C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예정됐던 공공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하반기에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본격 실행되면서 공공부분의 디지털 전환과 국내 IT 업계의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