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찾아라”…한밤 경찰 피해 국회 담장 넘은 ‘67세’ 우원식

이로원 기자I 2024.12.04 17:59:42

우 의장, 국회 담장 넘어가 ‘계엄해제’ 주도
외부 일정 모두 취소 후 국회 집무실서 비상 대기
“지난 밤 유독 길었지만, 다시 새로운 하루”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우원식(67) 국회의장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로 진입하기 위해 담을 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이날 공개된 가운데, 국회가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봉장이었던 우 국회의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4일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 후 우 의장의 시간별 동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우 의장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직후 한남동 공관에서 출발해 약 30분 만인 오후 11시께 국회에 도착했다.

당시 국회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계엄 선포 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문을 폐쇄한 상태였다. 국회 수장인 우 의장이 탑승한 차량도 경찰에 의해 출입이 제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 의장은 차에서 내렸고 경찰이 없는 ‘빈틈’을 찾아 국회 담장을 넘었다. 1957년생으로 올해 67세 나이의 우 의장은 1m 남짓의 담장을 넘어갔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국회 본청 진입에 성공한 우 의장은 자정께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국회를 믿고 차분히 상황을 주시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 의장은 0시 30분께 본회의장 의장석에 착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준비했다. 그동안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아서는 의원 보좌진들과 격한 대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당장 개의해서 (계엄해제 요구) 안건을 상정하라”,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 없이 (의결)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면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본회의장 문을 닫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해제 때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두기로 했고, 해제 선포가 나오지 않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됐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이를 확인한 우 의장은 5시 50분께 회의를 멈췄다. ‘산회’가 아닌 ‘정회’로, 언제든 회의를 다시 열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박 공보수석은 ‘우 의장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는데 3층이 진입 시도가 있었던 것 정도는 있었지만, 의장 체포에 대한 계엄군의 어떤 행적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앞서 박 공보수석은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 의장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통화에서 필립 주미대사에게 “국회가 차분히 대응했고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했는데 정치적 상황이 한반도 안보 위기를 초래해선 안 된다”며 “(미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 의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국회에서 비상 대기하기로 했다. 우 의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저는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국회 집무실에서 비상대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밤은 유독 길었지만 국민도 국회도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준 하루였다”며 “이제 다시 새로운 하루다. 지금의 국가적 혼란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