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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1966년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에 영감을 받아 제작판 작품은 리히터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주관성을 탈피한 궁극의 회화”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가로·세로 9.7cm의 사각형이다. 이것을 가로로 5개, 세로로 5개를 붙인 것이 하나의 패널을 이룬다. 작가는 이 정사각형 패널 196개를 여러 사이즈의 작은 격자판으로 조합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주관을 배제하기 위해 특별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배치를 추출했다. 작가는 프로그램이 추출한 그대로를 만들 뿐이다.
‘4900가지 색채’는 196개 패널을 격자판으로 조합한 작업부터 하나의 대형 패널로 완성한 작업까지 11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버전의 작품 간 상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 간섭이나 결정적인 영향 없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각각의 버전은 다채로운 색상 스펙트럼의 차이를 담아내 작품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 같은 작업은 리히터가 2007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훼손된 쾰른 대성당 남쪽 측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았을 당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작가는 창문에 쓰인 72가지의 다채로운 색채를 1만 1500장의 수공예 유리 조각으로 재현했다. 창을 가득 메운 자유로운 색상 배치는 마찬가지로 특별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추출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관계자는 “리히터는 전통 회화장르에서 벗어나 작가의 주관을 배제한 작품 시도를 여러차례 해 왔다”며 “‘4900가지 색채’에도 어떤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기 보다는 각자의 색깔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