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오는 6월부터 대출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기초 수급자 등 취약 계층이 금융기관 채무를 성실히 갚으면 남은 빚을 탕감하는 특별 지원 제도를 시행한다. 또 8월부터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일반 다중 채무자에게 연체 전 원금 상환을 늦춰주는 방안도 도입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금융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개인 채무 조정 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자 지원 제도를 이같이 개선한다고 18일 밝혔다. 먼저 6월부터 대출 원리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 생활 수급자와 장애인 연금 수령자, 중위소득 60%(올해 2인 가구 기준 월 174만원) 이하인 70세 이상 고령자, 10년 이상 1500만원 이하의 원금을 갚지 못한 장기 소액 연체자를 위한 특별 감면 제도를 도입한다.
연체 기간이 6개월을 넘어 금융회사가 이미 손실로 처리한 상각 채권의 경우 기초 수급자와 장애인 연금 수령자는 대출 원금의 90%, 고령자는 80%를 각각 감면한다. 장기 연체자는 70%를 감면하기로 했다. 고령자와 장기 연체자 감면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인 것이다. 아직 금융사 손실에 반영하지 않은 미상각 채권도 원금 30%를 일괄해 감면한다. 이들이 채무 조정 후 3년 동안 감면받은 빚의 최소 절반 이상을 성실히 갚으면 남은 채무도 탕감하기로 했다. 채무 조정 전 빚 원금이 1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원리금을 90일 이상 갚지 못해 신복위에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일반 채무자의 빚 감면율도 높인다. 다음달부터 상각 채권의 원금 감면율을 현행 30~60%에서 20~70%로 상향하고, 미상각 채권도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최대 30%까지 원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오는 8월부터 신복위에 대출 연체 전이거나 연체 기간이 30일 이내인 다중 채무자를 위한 신속 지원 제도도 신설한다. 최근 6개월 이내 실업·무급 휴직·폐업을 한 사람 등에게 최장 6개월간 이자만 내도록 하고 이후에도 상환이 어려우면 최대 10년간 원리금 장기 분할 상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채무자 지원 확대 방침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연체 전의 채무자가 원리금 감면을 위해 일부러 빚을 갚지 않으면 채무 조정 심사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며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의 채무 감면율을 정할 때도 채무자 재산을 소득에 반영해 원금 감면 비율을 지금보다 오히려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