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리따스 수녀회유지재단 알피오 수녀는 “미숙한 점이 없진 않지만 센스가 만점”이라며 유승연(29·여)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적장애 1급인 유씨는 서울 서초구청이 지난 1월 문을 연 ‘늘봄카페 10호점’에 취업한 새내기 직원이다. 까리따스 방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약 7년간 바리스타 훈련을 받은 끝에 거둔 결실이다. 유씨는 하루 4시간 근무하고 4대 보험을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월 80여만원을 받는다. 경력과 근무시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급여다.
취업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밀려드는 주문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등 부족한 면도 있지만 주위 사람들은 “에소프레소 추출·우유 거품 내기 등 웬만한 일은 누구 못지않게 능숙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 못할 거란 편견 탓에”…발달장애인 고용률 23.5% 그쳐
바리스타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유씨는 드문 성공사례다. 지적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에게 취업은 아직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늘봄카페’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업체의 수용 가능 인원은 한정돼 있는 데다 기업 등 민간 부분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고용을 꺼리는 탓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약 18만명 중 취업자는 4만명 정도로 고용률은 23.5%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36.1%)에 비해 낮은 데다 전체 고용률 58.9%(2017년 1월 기준)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년을 앞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근심은 크다.
지적장애 1급 박모(19·여)씨의 어머니 맹모(53)씨는 올해 고3이 된 딸을 보면서 한숨이 늘었다고 했다. 맹씨는 “졸업 후 취업도 못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해 다 큰 아이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을 주위에서 많이 봐 왔다”며 “1년 뒤면 같은 상황에 놓일 텐데 지금 하는 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
운이 좋게 취업에 성공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대부분 1년 계약직인 탓에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급여 역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4년 기준 발달장애인 월평균 임금은 약 51만원으로 지체, 뇌병변, 시각 등 15개 장애 유형 평균 급여 중 가장 적다.
지적장애 2급 이모(25·여)씨 어머니 이모(54)씨는 “복지관에서 소개받은 공공근로를 몇 년 하다 최근 한 민간회사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했다”면서 “1년 동안 일하고 업무 평가를 거쳐 재계약하는 조건인 데다 연봉도 900만원 수준이어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발달장애인은 갈수록 증가 추세여서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등록 장애인은 지난 2011년 약 251만명에서 2015년 약 249만명으로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은 매년 평균 3.6%씩 늘어 21만명(2015년 기준)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발달장애인지원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체 장애인 중 비율이 8%에 불과해 관련 예산 배정 등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일자리 개발 및 확대를 통해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개인의 강점을 개발해 직무와 매칭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先)배치 후(後)훈련’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게는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장애인 1명당 월 81만 2000원인 고용부담금을 대폭 늘리거나 장애인을 고용할 때 주는 장려금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