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술녀 "한복 입었다고 탓은 말길…한복에 관심 갖는 계기됐으면"

이윤정 기자I 2022.02.10 19:06:34

개막식 한복은 퓨전 한복에 가까워
한복까지 중국에서 제작하는 환경 문제
"한복은 비싸다는 인식 없애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 여성이 한복을 입은 것 자체를 탓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번 논란이 우리 전통 의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유명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65) 선생은 최근 논란이 된 베이징 개막식 한복 등장에 대해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생은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전통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면 오히려 행동으로써 ‘한복은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차림의 댕기 머리 여성이 등장해 ‘문화공정’ 논란을 낳았다. 중국 측은 문화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를 소개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선생은 “예전에 아기를 봐주던 분이 조선족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한복을 입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한복은 우리 옷인 만큼 우리가 더 많이 입어줘야 한복 문화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나타난 한복 복장에 대해서는 “우리 전통 한복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이번 개막식 한복 논란에 대해 한복이 한국의 전통의상이면서 자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의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족 여성이 입은 의상은 소매가 넓은 전통 한복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박 선생은 “전통 한복과 비슷하게 보이는 퓨전 복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선생은 “경복궁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한복 형태라고 보면 된다”며 “우리 전통 한복은 비단으로 한땀한땀 만들어내는 정성이 깃든 옷”이라고 가치를 부여했다.

박 선생은 최근 경영난을 겪는 한복 업체가 많아지면서 중국에 옷감을 보내 한복을 만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했다지만, 전통 의상만큼은 한국의 장인들이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선생은 “소품들이야 중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한복까지 중국의 도움을 받나”라고 한탄했다.

“최근 몇년 사이 광장시장에서 오랫동안 운영해 온 한복매장들이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 이후로는 기술자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광장시장에 오후 8시쯤 되면 큰 차가 와서 바느질거리를 실어간다. 일반 옷뿐 아니라 한복도 그 차에 많이 실린다고 한다. 단가가 안 맞아서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한복도 중국에서 제작해 온다고 한다.”

박 선생은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리자 한복 명인의 제자가 됐다. 7년의 수학 생활을 마치고 한복집을 차린 이후에는 한복의 고급화,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그는 대학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여전히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으며 한복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박 선생은 “서양의 가방을 사는 데는 몇백만원에서 천만원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한복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없애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전통 의상을 굉장히 아끼는데, 우리나라도 전통 의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생은 “공부는 못했지만, 바느질은 제일 잘했다”며 “40여년 넘는 세월동안 손에서 바느질을 놓지 않고 살아온 게 나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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